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삼성 지배구조 개편] 전자지분 처분 등 난관에 장기 추진… 보험업법 개정이 촉매될 수도

■생명 중심 중간금융지주사 설립하나

카드 이어 화재 지분 매입에 도입설 다시 부각

10조 넘는 지분 정리해야… 단기 구체화 힘들 듯

서울 태평로의 삼성생명 본사. 삼성 계열사 간 지분 변동이 이어지면서 삼성생명의 역할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해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대거 매입한 데 이어 삼성화재 지분도 사들여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중간금융지주 설립이 다시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삼성의 중간금융지주 설립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다만 1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 등 현실적인 난관도 커 단기에 구체화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구상 단계에 그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지분 외에도 주목할 변수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그룹 자회사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 그것이다.

향후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돼 중간금융지주 설립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직은 장기 프로젝트에 무게=최근 삼성생명의 금융 계열사 지분 매입은 단연 눈에 띈다.

지난 22일 삼성생명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 29만8,377주(0.63%)를 총 711억6,300만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삼성화재 1대 주주인 삼성생명의 화재 보유 지분은 10.4%에서 10.98%로 높아졌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생명이 총 2,641억원을 투입해 삼성카드 지분을 사들였다. 그 결과 생명의 카드 지분은 기존 28.02%에서 34.41%로 높아졌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상장회사 지분 30%를 넘긴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재계와 금융계에서는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들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화재 지분을 또 매입하자 삼성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 설립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했다는 진단이 시장에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에서 보듯 삼성생명은 지배구조상 삼성의 핵심 계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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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금융지주를 활용하면 삼성은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등 금융사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즉 삼성생명은 에버랜드 바로 밑에서 그룹 금융사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돼 지배구조가 단순화된다. 최근 잇따른 금융 계열사 지분 매집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등도 삼성생명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삼성생명은 또 화재와 증권 지분도 추가 확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예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사가 3개 이상이거나 자산이 20조원 이상일 때 중간금융지주 설치를 의무화했다.

중간금융지주는 비금융사와 금융사가 혼재하는 대기업체제를 인정하면서 지주회사체제 전환과 금산분리를 촉진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면 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 구조와 금융과 산업자본의 혼합은 그간 삼성그룹이 비판받아온 사안"이라며 "앞으로 지분 정리로 삼성생명과 제조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와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금융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의 역할이 더 커지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은 적잖은 난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곧바로 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런 점을 근거로 삼성의 중간금융지주 설립에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위상 때문에 계열사 간의 지분 정리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간금융지주 설립은 현실화되기에는 제약 조건이 커 설사 실행하더라도 장기 프로젝트 정도로 인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도 최근 지분 정리는 재무개선과 투자재원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중간금융지주회사와 연계한 해석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 중간금융지주 촉매제되나=중간금융지주 설립의 가장 큰 변수는 최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을 위한 기준가격을 현재 취득원가에서 재무제표상의 가액(시가)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 등은 5년 안에 삼성전자 등의 자회사 주식 14조4,000억원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으로서는 어차피 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면 기왕에 중간지주회사를 동시에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간금융지주 설립이 장기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최근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데는 관련 법의 개정 움직임이 한몫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이 5년 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돼 어떤 식으로든 중간금융지주 설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에 불리하다는 평가를 하지만 지배구조 단순화와 정리가 필요한 측면에서 보면 이를 잘 활용할 경우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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