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현숙의 深思熟考] 복지 사각지대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

대한민국의 가장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은 IMF 시절 처음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다. 이 제도는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생계·의료·주거 등 포괄적인 혜택을 한꺼번에 지원했고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다변화하고 경제수준이 상승하면서 생애주기나, 생활영역, 처한 상황에 맞게 복지사업은 다양하게 분화하고 국민의 개별적인 복지수요도 다양화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복지제도를 영역별로 세분화하고 수요자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상황 하에서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각 영역별 복지제도를 발전시키면서도 서로 간 연계를 강화해 궁극적으론 저소득층의 보호와 자립이라는 동반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원이 꼭 필요함에도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까지 지원 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바로‘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이다. 이는 기초연금 도입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핵심복지 정책 중 하나이다. 최저생계비에 따라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을 통합해 보장하는 현행 통합급여체계를, 최저보장수준을 새로 설정해 각기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에 따라 개별적으로 산정하는 맞춤형 개별급여체계로 바꾸는 것이 뼈대다.

관련기사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 범위에서는 모든 혜택을 일괄적으로 받지만 탈수급을 하면 모든 급여가 중단되는 All or Nothing 제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자리를 잃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다 취업을 해 13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던 수급자가 월급이 165만 원으로 오를 경우 수급기준(4인가족 최저생계비 163만 원)을 넘어 생계와 주거, 의료, 교육, 자활, 해산, 장제 등 7개 급여가 바로 중단된다. 따라서 이럴 경우 오히려 소득이 증가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맞춤형 개별급여가 시행된다면 생계ㆍ주거ㆍ의료ㆍ교육 급여에 대한 각각의 기준을 만들어 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월급이 올라도 주거ㆍ교육 급여는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 개선으로 급여 지원을 받는 빈곤층이 현재 140만명에서 180만명으로 40만명 가량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시 말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중위소득의 30%(생계), 40%(의료), 43%(주거), 50%(교육)로 세분돼 최저생계비가 넘는 소득이 있더라도 주거나 교육 급여를 받을 범위가 넓어지고 길이 열리는 것이다. 제도 도입 후 생계급여 수급자 중 탈락자에 한해서는 계속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보완책도 마련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수급자에게 자녀 등의 부양의무자가 있을 경우 부양의무자의 월 소득 기준(4인가구)인 290만 원을 벌면 부양능력이 있다고 봤지만 개편에서는 이를 464만 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그런데 이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지난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아직도 국회에 머물러 있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10월 시행을 전제로 추가 편성된 4분기 예산 1,847억원의 집행이 불가능하다. 야당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더 완화하자는 얘기만 할 뿐 법률안 통과에 제동을 걸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국민들에게 약속한 맞춤형 개별급여 제도 10월 시행은 물 건너가게 된다. 이번 7월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법률안이 통과되어 기초연금과 같이 국민 복지의 가장 낮은 곳을 보듬어주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