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반도체용 첨단소재 세계 첫 개발

노태원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노태원(盧泰元·43)교수의 연구실 책장 유리문에는 항상 데이타 문서들이 나란히 붙어있다. 盧교수는 교수실을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항상 새로운 실험데이터가 있으면 언제든 붙여놓으라고 당부한다. 작지만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큰 당부다. 盧교수의 「데이터 붙이기」는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항상 주문하는 것이 「새롭고 끊임없는 아이디어」라는데 이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과 이를 바탕에 깐 끊이지 않는 생각, 그 결과는 곧 F램용 신소재인 BLT물질을 「세계 최초개발」로 이끄는 동기가 됐다. F램 반도체를 만드는데 주로 쓰인 기존 물질은 반복해서 쓰면 출력신호가 떨어지는 단점(피로현상)이 나타났다. 91년부터 강유전체 박막(薄膜)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盧교수는 97년 LG종합기술원 방문교수로 안식년을 보내던 중 F램 소자응용의 문제인 「피로현상」에 주목하게 된다. 당시 박사학위 과정에 있던 한 제자의 박사논문을 지도하면서 기존의 F램 기초이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는 새 모델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그리고 97년. 그는 새 모델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고, 이에 대한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학계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외의 반응 역시 회의적이었다. 30여년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피로현상의 기존 모델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의 세계에서도 전혀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주장하는 것은 기존의 것을 수정, 개선하는 것보다 험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盧교수는 뚝심과 발상의 전환으로 후속 연구를 계속했다. 수차례의 검증을 거쳐 피로현상을 없애고 D램 공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신물질인 BLT를 예측하고 합성해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盧교수팀은 강유전체 산화물에 산소분자가 피로현상에 미치는 역할에 대한 새 모델을 제시하고, 지난해 관련 학회지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새롭고 끊임없는 아이디어」의 승리였고,「발상의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성과를 입증했다. 그는『전세계 수백개 연구그룹들이 대체모델을 찾기위해 7∼8년간 연구에 전력을 다했다』며 『외국보다 앞서 원천물질을 개발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보다 앞서, 다른 발상으로 연구에 뛰어든 결과』라고 말했다. 盧교수의 이같은 연구태도는 학생시절에 이미 그 싹을 드러냈다.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수학문제를 풀더라고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방법과 다른 방향에서 풀기를 좋아하는 특이한 학생이었다. 대학에서 처음에는 공학에 뜻을 두었던 그는 공학과 자연과학 강의를 비교해 들으면서 「과학체질」임을 느꼈고, 결국 지도교수의 추천을 받아 물리학에 발을 들여 놓았다.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니라 자신만의 새로운 발상과 열정은 미국 유학때 구체화됐다. 86년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을 받은 이후 87년부터 코넬대학교에서 고온초전도체 연구에 몰두했다. 매일 새벽까지 계속되는 실험과 연구속에서 지도교수가 그에게 항상 당부한 것은「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였다. 盧교수는 지도교수의 충고대로 연구분야를 바꿔 강유전체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선진 과학기술의 바탕은 결국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차세대 반도체 산업에서도 국가경쟁력과 우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는 盧교수의 말은 더 무게를 담고있다.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해 그가 강조하는 것은 산·학협동연구다. 특히 산업체와 학교의 명확한 역할분담을 통해 기초과학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21세기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고갈 원동력은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입니다.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야말로 미래한국에 대한 투자입니다.』 盧교수는 앞으로 산화물의 광학적인 성질과 인공산화물을 발견하는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인공산화물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산화물을 만들어냄으로서 인류에게 유용한 성질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연구에 몰두하는 盧교수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계획이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입력시간 2000/05/0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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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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