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자금 투신 유입 가속 계기시장을 압박해온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됐다.
AIG의 출자규모와 지배구조는 공식발표가 있어야 최종 윤곽이 나타나겠지만 현재 예상되는 출자규모는 AIG측이 약 1조1,000억원선. 정부 투자규모는 약 7,000억원~9,000억원선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투신이 현재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1조638억원, 잠재부실이 6,000억원~7,000억원에 이르는 상태여서 정상화를 위해 최소 2조원은 들어가야 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지배구조는 ▦AIG측이 신주발행 인수를 통해 현대증권 경영권을 인수하고 ▦현대그룹, 현대증권 등 2대주주는 유지하되 ▦현대측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의 방식이 혼용되는 가운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시장은 특히 현투매각이 단순히 AIG로부터의 외자유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첫 협상에 들어간 후 최근 정부가 타결임박 시그널을 줄곧 시장에 보냈던 만큼 협상타결 재료는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파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우선 그간 금융시장을 뒤흔들 뇌관의 하나였던 현대투신을 해결함으로써 투신권 전체에 대한 신뢰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한투자신탁증권 배정현 연구원은 "지난 99년 현대투신이 일으켰던 '바이코리아' 열풍을 다른 투신사가 함께 향유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AIG의 현투 경영권 인수는 은행권에 고여 있던 자금의 투신권 유입을 가속화시킬 재료가 될 전망이다.
저금리기조에 힘입어 최근 투신시장은 7월 1일부터 지난 18일가지 18조7,112억원의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수탁고 규모를 161조310억원으로 급격하게 부풀린 상황이다. 올 수탁고 순증규모(27조7,393억원) 의 절반이상이 50여일만에 불어난 수치다.
투신사는 안전자산위주의 보수적인 자산운용시스템을 갖고 있는 은행과 달리 채권매수의 핵심주체라는 점에서 시중 자금유입은 채권시장 활성화→기업자금경색 문제 해소→전반적인 시장리스크 감소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헐값매각 시비를 우려하면서도 협상조기타결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도 표면적인 외자유치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위 고위당국자는 "현재 정부가 관여하고 있는 외자유치 협상에는 전체적으로 이 같은 구도가 깔려있고 현투매각타결은 이 같은 관점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현대투신매각이 마무리됨에 따라 대우자동차 매각, 서울은행 매각 등 다른 현안에 대해 보다 신축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상에 임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정승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