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월의 국내 제지 경기를 나타내는 제반 지표들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지류 생산 및 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ㆍ5.8% 증가한 341만톤ㆍ253만톤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중 제지경기를 대표할 수 있는 인쇄용지는 생산 5.2% 증가하는데 그쳤고, 내수는 오히려 0.8% 감소했다.
최근 국내 제지 내수판매량의 약 70% 이상을 소화해 내고 있는 을지로지역의 지류도매상 경기를 점검해 본 결과, 아직은 국내 제지경기가 회복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빠른 감이 있다고 느꼈다. 일반적으로 제지업체로부터 물품을 받아 오는 1차 도매상은 평균 3~4% 마진율을 확보하고 2차 도매상에 판매를 하며, 2차 도매상은 약 5% 수준의 마진을 확보하고 최종 수요자에게 매출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1차 도매상의 마진율이 외환위기 이전 5%에서 최근에는 3~4%로 하락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류 도매상들은 최근 2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평균 15% 이상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주로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영향으로 특히 주요처인 건축 및 자동차산업에서 발주하던 광고 전단지 발주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지업체 영업활동의 모세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지류도매상 수익성은 장기적으로 제지업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가진다. 더구나 지난 4월 국제 펄프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국내 제지 업체들이 할인율 조정을 통해 3% 수준의 가격인상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국내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판매가격 인상이 2차 도매상에서 최종 수요자로 전가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제지 업체들은 현재 인상된 가격으로 도매상에 매출을 하고 있으나, 도매상들은 수요부진으로 인해 최종수요자에게는 가격전가를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2분기가 실물경기 부진에 계절적인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도매상들이 더 어려워하고 있다.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영향으로 종이류 제품의 내수가 부진한 반면에 미국 등 인쇄용지 수출경기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아트지 수출량이 올 초 11만톤에서 최근에는 15만톤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수출단가도 전년동기 대비 약 7.5% 상승한 톤당 63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중 그 동안 수익성이 취약했던 대중국 수출비중이 지난해 초 40%에서 최근에 25% 수준까지 하락하였으나, 수익성이 양호한 대미 수출비중은 13%에서 25% 수준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수출호조가 제지업체에게 국내 내수부진에 따른 내수가격 인하압력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이다. 즉, 내수가격의 하방경직성은 수출물량 증가로 상대적으로 내수부문의 공급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 지류 도매상들은 실물경기 위축과 비수기(6~7월)로 인해 최종수요자로부터 제품가격의 인하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물품을 제공하는 제지 업체들이 수출경기 호조에 따른 영향으로 도매상들의 가격인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함에 따라 지류 도매상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류 도매상들은 제지업체와 달리 소규모 영세업체가 많기 때문에 최종수요자의 가격인하 압력을 견딜만한 여력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하반기 국내 실물경기 회복과 함께 최근 국제 펄프가격이 하락세가 하반기에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지류 도매상 및 제지업체들의 하반기 영업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개선 모멘텀이 지연되고 있음을 감안해 업종 투자의견은 중립(Neutral)으로 유지한다. 다만 내수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이루고 있는 한국제지와 최근 수출경기 회복과 하반기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한솔제지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Buy)를 제시한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