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미국 출구전략 시기상조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으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언제부터 시작될 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물론이다. 한국도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경제정책 당국자들은 선진국의 출구전략 실행이 연내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른 국제금리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미국이 출구조치를 적어도 1~2년 이내에 실행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평균금리 또한 앞으로 몇 년간 지금 수준에서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통화완화 정책에 의존해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해오고 있는 미국 의 경제 상황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고용 개선은 연준이나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고용효과가 적은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을 볼 때 연준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고용시장 개선이 확인할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가까운 시일 내에 2% 수준으로 오를 것 같지 않다.


미국 이외의 세계경제 역시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2008년 금융 위기에 신흥국들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적은 영향을 받았고 이러한 신흥국가들의 수입증가가 선진국 경기침체의 충격을 조금은 약하게 해줬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 신흥국가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 브라질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터키 등 주요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고 중국의 성장엔진도 식어가고 있다. 유럽의 침체도 언제 끝이 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세계경제와 미국 경제의 근본 요소들을 살펴보면 2015년 이전에 출구조치를 시행하기에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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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반응은 경제의 펀더멘털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출구조치 논의에 따라 출렁거림을 반복할 것이다. 잠잠하다가도 출구전략 시기 논의가 나오면 불안감이 증폭돼 최근에 나타난 것보다 더 크게 요동칠 수 있고 이 기간 또한 더 길어질 수 있다. 특히 이런 과정에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들이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신흥국의 환율ㆍ금리ㆍ국가 신용 위험 부담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의 변동폭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지난 4년간 경제회복 국면 동안 ▲2% 성장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금리 ▲2% 이내의 인플레이션 등 미국 경제의 기본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도 시장에서는 지난해까지 재정적자ㆍ부채한도ㆍ더블딥(이중침체)ㆍ리세션 등을 과하게 걱정했던 반면, 지금은 출구전략 가능성에만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상황은 바뀐 것이 별로 없는데 시a장이 때에 따라 반대 방향으로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난방(통화완화)과 냉방(재정긴축)이 동시에 켜 있는 상황에서는 흔히 나올 수 있는 시장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으로 시장의 반응에 빠지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 경제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다.

최근 나타난 금융시장의 큰 변동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는 과열돼가는 시장에 보내는 경고 신호로 볼 수 있다. 펀더멘털이 약한 나라에는 위기가 올 수 있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은 한국으로서는 다가올 수 있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유연한 금융체제를 갖춰야 한다.

정부는 금융시장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앞으로 2~3년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어떻게 전개될 것에 대한 선명한 비전을 갖고 거기에 맞춰 소신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에 시급한 것은 고용을 수반하는 경제회복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경제의 근본을 튼튼히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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