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0일] 정책 일관성과 도덕적 해이

"건설사는 적어도 5년은 내다보고 사업을 시작합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장기 비전으로 제시한 주택 정책마저 바꿔버리면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안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사업은 불가능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주택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한 것과 관련, 한 건설사 임원은 조심스레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주택업계가 보금자리주택 공급 연기 등을 요청한 것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늦출 수는 없으며 정부 대책만을 요구하는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도 강력히 경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에 일부 동의하면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행정ㆍ혁신ㆍ기업도시 지연으로 인한 지방 미분양과 그린벨트를 해제한 지역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른 수도권 2기 신도시의 몰락 가능성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혁신도시 등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토 균형발전의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오는 2012년까지 공기업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사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에 맞춰 건설사들도 지방 주요 거점에서 사업계획을 잡았고 분양 물량을 쏟아냈다. 그러나 2010년 현재 행정도시는 사실상 계획이 전면 수정됐고 10곳의 혁신도시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을 슬림화하고 수도권을 광역화하기 위해 도입된 수도권 2기 신도시 및 택지지구 계획 역시 서울 근교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위기를 맞았다. 서울 인구 '분산'에 초점을 맞췄던 참여정부의 주택 정책이 이 정부 들어서는 사실상 서울의 '팽창' 정책으로 선회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2기 신도시들보다 훨씬 입지가 뛰어나고 가격마저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은 민간 분양시장을 꽁꽁 얼려놓았다. 부동산은 '투기'가 아닌 '주거'의 목적이 돼야 하며 최근 주택업계의 위기는 고분양가 등으로 일관한 건설업계의 책임이 크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 일관성의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로 시작된 위기마저 무조건 건설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건설업계의 구조조정과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도 약속을 저버린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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