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 해외투자를 사내유보금 투자로 인정 안 한다니

기획재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적용할 때 해외투자금은 사내유보금에서 투자한 부분으로 인정해주지 않기로 했다. 해외투자의 경우 가계로 환류되는 직접 관련성이 낮기 때문에 투자인정 범위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투자는 해외에서 해도 국내에서 배당과 임금 비중을 높이면 벌칙성 법인세 부과를 면해주겠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한마디로 사내유보금으로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지 말라는 의미다.

관련기사



해외투자보다 국내투자를 많이 하도록 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더라도 투자를 국내와 해외로 나눠 세제혜택을 차별화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 국내 대기업은 매출의 절반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45개 그룹, 1,451개 계열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 1,445조6,000억원 가운데 48%인 693조6,000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삼성전자는 해외매출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해외에 직접 뛰어들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다. 국내 기업들이 이나마 버티는 것은 좋은 제품 생산과 함께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판매망을 확충하는 등 해외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이다.

해외투자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면 국내투자와 마찬가지로 배당증가·임금인상의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투자만이 가계소득 증대 등의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기업들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마당에 해외투자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중상주의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내수회복은 단순히 해외투자를 못하도록 강제해서 이뤄진 게 아니다. 정부가 앞장서 국내 유턴 업체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기에 가능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