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김규원 서울대 약대 교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2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규원 서울대 약대 교수는 우리 몸속에서 혈관 생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발견하고 이 단백질의 구조변형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점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교수의 이번 연구결과로 혈관과 관련된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 교수의 연구논문은 세계적인 생명과학분야 저널인 `셀(Cell)`과 `네이처 메드신(Nature Medicine)`에 2년 연속 소개됐다. 특히 `셀`에 발표된 아세틸화에 의한 단백질의 구조변형은 단백질의 안정성을 조절한다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로 단백질의 기능과 신호전달과정 등 관련 연구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혈관과 질병은 어떤 관련이 있나= 사람의 몸에는 약 12만㎞의 혈관이 있다. 보통 성인이 되면 이 혈관들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처가 나서 몸이 스스로 치유를 위해 상처 부위에 혈관을 새로 만드는 경우가 아니면 성인의 혈관은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혈관이 급격히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반드시 질병과 연관이 있다. 암이 대표적인 예다. 암 세포는 스스로 활성화되기 위해서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한다. 몸에서 산소를 실어나르는 것이 유일한 것이 혈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세포가 몸에서 증식할 때는 반드시 많은 혈관이 생성된다. 당뇨병성 망막증도 마찬가지다. 망막 안에는 혈관이 없다. 망막 속에 혈관이 있으면 빛을 굴절을 방해해 제대로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망막 속에 혈관이 생기는 병이다. 따라서 성인이 되어서도 몸 속에서 혈관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암, 당뇨병성 망막증, 만성염증 등 다양한 질환과 반드시 관련돼 있다. ◇ARD-1 단백질 세계 최초 발견= 혈관이 새로 만들어질 때 `HIF-1알파` 라는 단백질이 관여하는 것은 이미 학계에 알려진 사실이다. 암 세포가 자라면서 주변의 산소를 끌어들이면 주변은 저산소 상태가 되고 이것을 감지한 몸은 HIF-1알파라는 단백질을 증가시켜 새로운 혈관을 만든다. 주변의 산소가 정상상태로 되면 HIF-1알파는 스스로 분해된다. 김 교수가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은 HIF-1알파 단백질을 산소 농도에 따라 변형시키는 단백질 `ARD-1`이다. 김 교수는 우리 몸 속 조직의 산소농도가 높을 때 이 단백질이 HIF-1알파와 결합해 아세틸화를 촉진, HIF-1알파를 분해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ARD-1 단백질은 지난 80년대 단백질의 6,000개 유전자 가운데 하나로 밝혀졌다. 90년대 들어서는 아세틸화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러나 사람과 같은 고등 생물에서 이런 단백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규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단백질과 인간의 유전자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ARD-1과 같은 유전자 배열을 가진 단백질이 인간 세포질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김 교수는 이 단백질이 산소 농도 21% 정도의 정상상태에서 HIF-1알파와 결합해 HIF-1알파를 아세틸화시켜 pVHL이라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쉽게 달아붙여 HIF-1알파를 분해하는 과정을 밝혀냈다. 또 산소 농도가 1%정도의 저산소 상태에서는 ARD-1이 HIF-1알파와 결합하지 않아 HIF-1알파를 활성화시켜 혈관생성을 촉진한다는 원리까지 규명했다. ◇각종 질병치료의 새로운 길 열어= 혈관생성의 새로운 원리를 적용하면 각종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 ARD-1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혈관생성을 차단하면 각종 악성암, 류머티즘성 관절염, 건선조직의 세포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반대로 ARD1의 발현을 억제하면 혈관생성이 촉진되어 새로운 혈관이 필요한 허혈성 질환이나 상처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인터뷰] "관련신약 국내서 먼저개발 총력"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규원교수는 “ARD-1 단백질을 조절할 수 있는 신약, 특히 암 치료제 개발에 조금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선진국 제약사들이 혈관생성 원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이미 적극 뛰어들고 있으며 ARD-1 말고도 혈관생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은 얼마든지 새로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유수 대학연구소는 물론 제약사, 국내 대학 및 연구소, 벤처들로부터 자료제공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미 특허를 출원한 상태라 어느 쪽에서 먼저 신약을 개발하더라고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가능하다면 국내에서 신약을 먼저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혈관과 본격적인 관련을 맺게 된 것은 지난 85년 미국 하버드대의 `다나-파버 암 연구소`에서 암 연구를 매진하면서 혈관생성이 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때부터 김 교수는 10년동안 암과 혈관생성에 관한 연구에 몰두, 최근 3년동안 국제 학술지에 37편, 국내 학술지에 19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관련 특허등록 및 출원 건수만 12건을 보유하고 있다. 연구시간에 쫓겨 외동딸과 대학 캠퍼스를 산책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김 교수는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며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암 치료제가 하루 빨리 우리 손으로 개발되기를 기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규원 교수 약력 ▲76년 서울대 약대 졸업 ▲78년 한국과학기술원 이학석사 ▲80년 한국화학연구소 연구원 ▲85년 미국 미네소타대 분자생물학 박사 ▲87년 미국 하버드대 암연구소 연구원 ▲96년 부산대 분자생물학 교수 ▲98년 부산대 유전공학연구소장 ▲2000년 서울대 약대 교수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 한림원 정회원 <조충제기자 c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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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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