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협상 출범에 훨씬 앞서 정부는 교육ㆍ의료를 포함, 법률ㆍ회계, 세무, 방송광고, 레저, 뉴스제공업 등 10개 분야에서 서비스 시장 개방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올 2월 확정될 예정이던 10대 서비스 분야 개방계획은 부처 이기주의와 이익단체의 반대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서비스시장 개방 로드맵이 한미 FTA에서 협상력을 제고하는 한편 일방적인 미국 업체의 국내시장 선점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비스시장 개방의 1차적 목표는 선진국의 앞선 기술과 제도를 다양하게 습득, 우리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한미 FTA 최근 협상 동향을 보면 미국이 한국 서비스시장을 선점할 우려가 커 경쟁과 다양성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선진국 조차 경쟁에서 배제되고 FTA를 통해 미국만이 국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남 삼성의료원의 한 관계자는 “FTA를 통해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혜택을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하면 시장 특성상 후발국은 계속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의 자체적인 서비스 시장 개방계획과 한미 FTA로 마련될 양자간 서비스 시장 개방안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자율적 개방안과 한미 FTA 개방안이 시기와 수위에 있어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
우리가 계획중인 서비스 시장 개방안을 한미FTA 협상의 카드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이를 위해선 “국내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의견수렴을 촘촘히하라” 며 “개방에 저항적인 단체들의 문제제기도 정부는 귀 기울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그러나 정부는 개방의 대세에만 집착, 국내 이해관계자를 적(敵)처럼 대하는 듯한 인상이다. 국책연구원의 관계자 마저 “개방의 필요성이 크다고 ‘교육계가 사회변화에 가장 저항하는 집단이며 그런 집단이 서너개 더 있다”는 식의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