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배럴당 37~38달러 넘으면 4%대 추락
일자리 창출 목표도 차질 우려
정부 뾰족한 대책 없이 유가하락만 고대
국제유가가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 `3차 오일쇼크' 공포가 현실화하면서 한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유가 상승은 바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과 국내물가 상승으로 기업과 가계에 부담을 안겨줘 내수침체로 신음하는 한국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유가는 중동정치 불안이 가시지 않는 한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유가상승의 피해가 고스란히 기업과 가계로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가상승으로 공공요금과 공산품가격이 벌써부터 꿈틀대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에 고통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 장기화 우려
유가 상승은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과 미국 허리케인 피해 등에 따른 수급차질 우려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수급불안 요인으로 인한 '유가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류소비가 늘어나는 동절기를 앞두고 있어 유가가 추가상승과 함께 배럴당 50달러 이상에서 고착화되는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작년까지 배럴당 20달러대에서 등락하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최근 35∼38달러를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30달러대의 고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중동지역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배럴당 8∼10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세계 석유 공급량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0년 51%에서 2020년 6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고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BNP파리바의 시장분석가인 톰 벤츠는 "원유시장은 상승장으로 접어들었다"면서 "수급 불균형이 이를 계속 부추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의 에너지 자문업체 PFC에너지의 분석가인 자말 쿠레시는 "원유시장의 균형점은 누구도 모른다"며 "향후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월가 시장조사회사인 맥심그룹의 배리 리톨츠 수석시장전략가도 "'테러 프리미엄'과 세계적 수요증가로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의 새로운 가격대에 진입했으며 내년 1분기 말에는 배럴당 57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가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
베어스턴스의 프레데릭 로이퍼 연구원은 "투기세력들이 빠져 나갈 경우 내년엔 유가가 배럴당 25달러선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오펜하이머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페이덜 게이트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에서 거래되는 것은 거품"이라며 "유가가 이미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장률 5% 달성 의문..일자리 창출 계획도 차질 우려
유가상승은 외생적인 변수여서 별다른 대책이 없는데다 산업생산에 중대한 차질을 일으켜 GDP 성장률 하락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국내 모든 경제주체들의 부가가치 생산 총액인 GDP 성장률 하락은 경제활동이 위축돼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체감경기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정부는 연초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24달러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경제운용계획을 세웠으나 지난달 말까지 국제유가는 평균 배럴당 32.9달러를 기록, 이미 예상치를 9달러나 넘어섰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4분기 평균 37~38달러를 넘으면 GDP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가는 연구결과 배럴당 연평균 5달러 오르면 GDP성장률을 0.3%포인트 떨어뜨리고 경상수지를 60억달러 악화시키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더 큰 문제는 GDP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지기 때문에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일자리 40만개 창출에도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일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실업자가 양산돼 '개인소득 감소 →소비부진 → 기업실 적 악화 →투자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는 저유가시대를 마감하고 본격적인 고유가시대로 접어들어 조만간 배럴당 6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정부의 GDP성장률 5% 달성은 쉽지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5.2%에서 4.6%로 낮췄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도 4.8%에서 4.4%로 하향조정했다.
정부는 그러나 유가인상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이승우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유가상승에 따른 정부대책은 특별한게 없으며 더 이상 오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제構?"유가가 배럴당 38달러를 넘으면 올해 성장률이 4.9%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상승으로 공산품.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유가 상승은 국내 유류가격 상승과 각종 공산품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들의 생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국제유가 상승으로 유류가격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E1은 1일부터 LPG(액화석유가스) 공급가격을 ㎏당 38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프로판 ㎏당 가격은 종전 634원에서 672원, 부탄은 1천121원에서 1천 159원(ℓ당 654.66원→676.86원)으로 각각 오르게 됐다.
LG칼텍스정유는 30일부터 석유제품의 공장도 가격을 ℓ당 10~18원 올렸다.
이 결과 휘발유가격은 종전 1천289원에서 1천299원(10원↑), 실내등유는 742원에서 760원(18원↑), 보일러등유는 734원에서 752원(18원↑), 경유는 947원에서 961원(14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경기도는 오는 15일부터 각종 버스요금을 평균 17.4% 인상하며 울산시는 1일부터 시내버스 일반요금을 23.1~28.6% 올렸다.
경남도는 오는 11월께 경남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버스요금 인상률을 확정할 방침이다.
연합회는 시내버스 요금을 25∼42.3%, 농어촌버스 요금을 28.0% 각각 인상시켜줄 것을 요청해둔 상태다.
국내 우편요금은 지난 2002년1월 이후 3년만인 11월1일부터 현재보다 11.8%(30원) 인상된다.
유가는 또 연구결과 배럴당 연평균 5달러가 오르면 물가를 0.5%포인트 상승시키 는 것으로 나타나 4분기 물가불안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