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묻지마式 해외펀드 투자

얼마 전 여의도 A증권사 창구에 20대 후반의 직장여성이 베트남펀드에 가입하겠다며 찾아왔다. “XX운용사의 베트남펀드 주세요. 적립식으로 가입할 수 있는 거요.” 그녀는 이미 어떤 펀드에 얼마만큼을 투자할지 결정을 내리고 온 듯했다. 창구 직원은 두말 않고 가입신청서를 꺼냈다. “표시한 부분 공란에 인적사항 기재하시고요. 이 상품은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에 환매하려면 열흘은 기다리셔야 해요.” 해외펀드의 특성상 환매하는 데 국내 펀드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얘기 외에 베트남펀드의 특징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가입을 마치고 증권사 문을 나서는 그녀에게 가입한 펀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아느냐고 묻자 ‘베트남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 아니냐’며 이 이상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베트남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15조원으로 한국 증시의 현대차나 하이닉스 한 종목의 시가총액에 불과하고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2%밖에 안된다는 사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베트남 증시가 아직 온라인거래가 안돼 전표매매를 하고 있으며 실시간이 아닌 하루에 세번밖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역시 모르고 있었다. 물론 베트남은 제2의 중국이라고 불릴 만큼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다. 최근 단기간에 경제 규모나 증시가 급팽창하는 것만 봐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30세 이하의 경제 활동 가능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64%로 안정적인 생산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작은 반면에 외국인 자금은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베트남 증시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느 순간 이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면 증시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베트남 펀드의 상품 요건 등을 재검토하는 등 투자자 보호 강화에 나선다고 한다. 해외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들에 대해서도 불완전 판매를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 역시 자신이 투자하려는 해외 국가에 대해 보다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디가 좋다더라’는 얘기만 듣고 무작정 돈을 넣어두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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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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