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건강한 겨울나기] 주의력결핍장애 약물치료 방학이라고 중단 마세요


최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녀를 둔 학부모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방학 때는 약을 안 먹고 지내보면 어떨까요?" "아이가 약 먹는 것을 힘들어하는데, 잠깐 중단해도 될까요?" 같은 질문이다. 부모가 자의적으로 치료약 복용을 중단시키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자녀가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안쓰러운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서 공부와 시험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방학 때만이라도 약물치료를 중단했으면 하는 것이다.

ADHD 약물로 인해 식욕이 심각하게 감퇴하고 침울해지는 부작용을 지닌 아이들의 경우라면 전문의와 상의하에 용량을 줄이거나 잠시 중단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약물치료의 효능이 충분히 나타나고 있고 부작용은 거의 없거나 경미한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부모들이 약물치료를 중단하려는 것은 ADHD 약물치료의 목적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녀의 두뇌발달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아닌 산만함과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부진한 학습능력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과학적인 견지에서 ADHD는 뇌 안에서 주의집중력과 실행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이상에 의해서 발생하고 주의집중력과 충동성을 조절하는 뇌 부위의 기능 저하와 관련된 질환이다. 이 때문에 가정과 학교에서의 일상생활과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면, 놀이동산이나 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거나 친구와 보드게임을 하고 대화를 하는 등의 매우 일상적인 생활에서조차 문제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특히 증상의 심각도가 높은 아이들이라면 더욱 큰 문제가 다양한 영역들에서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ADHD 약물치료는 하루 중 어느 특정 시간대, 1년 중 어느 특정 시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발병 이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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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틸페니데이트 성분 같은 ADHD 약물은 아동 청소년의 일상적인 실행능력과 건강한 두뇌발달을 방해하는 문제 요소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약물치료의 결과로 ADHD 아동 청소년은 자기 절제력과 통제력을 기르고 또래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소통할 수 있다. 공부할 때도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성적이 오를 수 있다. 다시 말해 '공부가 잘되는 것'은 ADHD 약물치료를 통해 방해요소가 제거됨으로써 뇌의 기능이 정상화돼 나타나는 여러 순기능 중 하나에 불과하며 당연히 주의집중력이 개선된다고 해도 공부하지 않으면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

방학이 지나고 입학·개학 시즌이 오면 다시 ADHD 진료상담이 부쩍 늘어난다. 그 중에는 "치료약 복용을 자의로 중단했는데 증상이 다시 나빠진 것 같다"며 조언을 구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ADHD 질환은 아동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두뇌발달' 이상이다. 따라서 전문의의 상담에 따라 발달과 성장과정에 맞는 적절하고 꾸준한 치료를 해야 한다. ADHD 치료 중 가장 기본적이며 효능에 대한 뇌과학적 근거가 밝혀진 치료는 약물치료다. 약물치료가 기본이 될 때 다른 부가적인 치료, 즉 행동치료나 부모훈련에 대한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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