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민간소비 급랭 실태] 경기불안ㆍ물가올라 지갑열기 겁난다

`정말 걱정이다. 이러다간 성장도 분배도 모두 물건너 가는 게 아니냐?` 신용카드발행억제와 부동산투기심리차단 등 잇따른 경제조절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거두면서 민간소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어 새 정부의 공약대로 성장과 분배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산업자원부와 통계청의 조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듯이 민간소비는 지금 혹한을 맞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재래시장상인들도 “장사가 안돼 설대목 맞기가 걱정이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소비가 꽁꽁 얼어붙고 있는 터에 물가는 다락같이 올라 서민들의 생계불안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당국자는 “지난 달 백화점의 매출이 통계작성후 처음 급감한 것은 세일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불안으로 개인들의 지갑을 꽉 닫아버렸고, 앞으로도 당분간 열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건설경기와 함께 국내경기를 굳건히 지켰던 소비는 지난 2001년 말부터 설비투자 부진 등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굳건히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뒤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백화점들이 소비 경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지난해 12월 연례적으로 치르던 연말 세일 행사를 이례적으로 치르지 않은 점도 현재 소비 심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성장가도를 달렸던 인터넷 쇼핑몰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실 이 같은 둔화세는 최근 산자부가 발표한 인터넷 쇼핑몰 1ㆍ4분기 전망에서도 예견됐다. 삼성몰 등 800개 인터넷 쇼핑몰업체를 대상으로 1ㆍ4분기 BSI(경기실사지수)를 조사한 결과 매출 BSI가 전분기의 156.9에서 125.2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체의 매출급감에서 확연히 드러났듯이 소비자기대지수 등 각종 지표들을 보면 당분간 소비가 되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해 7월 107.8을 기록한 이래 5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며 11월 93.4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경기체감도를 반영하는 기업실사지수(BSI) 역시 지난해 10월 115.1에서 11월 98.6으로 큰 폭으로 떨어진 후 올 1월(91.9)까지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앞으로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100 미만이면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인데, 소비자나 기업 모두 경기가 점점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악화 일변도인 소비 상황이 오히려 소비 심리 반등이 임박했음을 나타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각종 연구기관들은 대체로 올들어서도 당분간 저점 행진을 지속하다가 적어도 상반기 말께부터 상승세로 돌아서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관측하고 있어 한가닥 기대는 갖게 하고 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관련기사



이병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