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는 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차기 집행위원장 유력 후보를 둘러싸고 회원국간 불협화음이 고조되는 가운데 여성 지도자 2명이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유럽의회 최대 정파인 유럽국민당그룹(EPP) 대표인 장-클로드 융커가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유력했지만, 최근 영국이 융커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기존 구도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영국은 유럽에 반EU 정서가 커지는 와중에 통합주의자인 융커가 유럽 수장으로 부적절하다고 보고 EU 탈퇴도 불사하겠다며 융커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스웨덴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헝가리 등도 영국에 동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과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 등 2명의 여성 정치인이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58세인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리투아니아판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외교관 출신인 그는 2009년 대통령으로 당선된데 이어 지난달 재선에 성공했다.
토르닝-슈미트는 덴마크 최초의 여성총리다. 임기 1년을 남겨놓은 그는 지난해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셀카’ 사건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다음 달 26일 열리는 EU 정례 정상회의에서 이들 중 한명이 선출된다면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SCE)로 시작된 EU의 63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의 탄생으로 기록된다.
마지막 변수는 당초 유력한 후보였던 융커의 회생 여부다.
최근엔 융커가 곧 후보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지만 본인은 후보 사퇴를 부인하고 있다.
융커 후보를 지지하는 독일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애초 융커 후보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였지만, 곧 지지의사를 명백히 했다.
메르켈 총리는 9일 스웨덴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을 만나 이견 좁히기를 시도할 계획이다.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집행위원장 선출에 반영하도록 하는 리스본조약을 적용하면 융커 후보의 차기 집행위원장 지명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융커가 후보사퇴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다. 집행위원회 선출권한은 EU 정상 협의체인 유럽이사회가 갖고 있다.
한편 현지 언론에선 융커가 2007년 공식석상에서 술에 취해 고함을 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융커 후보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