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업시대

국민에게 있어 정부가 할 수 있는 그 어떤 역할보다도 국민이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만큼 현실적으로 긴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해서 실업 걱정을 안하게 해주는 정부야말로 국민이 기꺼이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정부일 것이다.직업이 있어야만 사람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그것이 보장이 안되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하루하루를 얼마나 절박한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는지 새삼 되새기게 한다. 계약직과 일용직은 늘어나고 정규직은 줄어들고 있다. 계약직과 일용직은 당장의 실업은 면했어도 잠재적인 실업자들이다. 실업자만큼이나 가혹한 생존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직업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혼자 하느라 늘 과중한 업무에 짓눌려 있다. 그런 조건하에서 창의적인 업무 수행이 이루어질리 없을 것이다. 물론 질적인 향상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발생은 피할 수 없는 필요악으로 간주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의식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비인간적인 모습이 숨어 있다. 구조조정도 결국 국민 모두가 다 잘 살아보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필연적으로 실업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피해자가 속출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의식은 과연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가 그 근본부터 캐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특히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우려되는 것은 40대 이상의 고령 실업이다. 우리나라는 인력이 큰 자원인 나라다. 사람이 40대에 이르면 20, 30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지혜와 능력을 갖게 된다. 20, 30대가 연륜과 경험부족으로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일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20, 30대 시절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풍부한 능력과 지혜를 갖추게 된 40대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인력이 크게 낭비되고 있다는 우려를 씻을 수 없게 한다.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란 무엇보다도 국민이 실업의 위기 속에서 살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부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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