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모두 우리 탓이다

원창희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여객선 세월호 참사의 상처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사망자 유가족과 생환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비통함과 울부짖음이 하늘을 찌르고 이 땅에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탄식과 애통함, 그리고 분노에 온몸을 떨고 있다.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조기가 올라가고 있다.

슬픔과 비통함이 더 해진 것은 실종자 대부분이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그 많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나란히 정렬한 채로 구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배가 침몰하면서 실종됐다는 어처구니없는 보도를 접하자 모두 분노가 치밀어 견딜 수 없어 했다. 자식을 사지에서 둔 채 생사도 모르며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고 온 가슴이 타 들어가는 부모의 심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절로 흐른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가 난 것이 불과 두 달 전 일이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1995년 대구지하철 도시가스 폭발과 삼풍백화점 붕괴, 1997년 KAL기 괌 추락, 1999년 씨랜드 수련원 화재,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등 대형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는가. 무엇이 우리 한반도를 이런 지뢰밭 같은 땅으로 만들고 있는가.


이번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참사의 직·간접적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규정을 고치는 것으로 끝나면 우리나라에 이러한 비극이 더는 일어나지 않을까. 우리의 의식과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는 희망사항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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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경제 기적을 이루면서 세계인들에게 놀라움과 선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에서 보듯 경제 기적의 크나큰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 작은 국가가 세계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모든 국민을 지독한 경쟁 속으로 몰아넣은 결과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기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주저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해야 한다.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고객과 종업원의 안전과 건강이 뒷전이 되는 것은 다반사다. 국민의 안녕과 복지보다는 당파적 싸움과 관료적 군림이 지배하는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러한 극단적 경쟁, 이기심, 권력지상주의 같은 우리의 의식과 관행은 설국열차와 같이 끝없이 질주하며 경제 기적의 재단 위에 또 다른 제물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겪은 모든 대형참사는 인재에 가깝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잘 먹고 잘 살아도 인간을 경시하고 이기심으로만 가득 차 있는 사회라면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는 참사를 당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인간의 불행은 그릇된 욕망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발판으로 얻는 권력과 재물에 대한 욕망이 공멸을 불러온다. 사회지도층은 군림하지 않고 봉사하는 자세로 일해야 하고 기업들은 고객과 종업원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장사해야 하며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개인은 서로 돕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 함께 즐겁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책임감 있는 자세, 인간에 대한 존중이 비통과 슬픔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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