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이 되려면 세계적인 생활건강업체인 존슨앤존슨처럼 슈퍼마켓에서도 통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친숙한 대중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대 마케팅의 대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76)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는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금융업의 미래형 마케팅’이라는 주제로 열린 신한은행 초청 특별강연에서 “인터넷 발달, 금융상품의 다양화 등으로 은행의 전통적인 업무인 자금중개 기능이 축소되고 있다”며 브랜드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틀러 교수는 이날 “사람들이 이전에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을 당연시했지만 이제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뮤추얼펀드ㆍ보험ㆍ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직접 접근하고 있다”면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갈수록 약화하는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틀러 교수는 “이제는 은행들이 유명 생필품 브랜드처럼 편안하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는 하지만 고객을 직접 은행으로 이끌지는 못한다”며 “실제로 고객들은 친지의 추천이나 영업점 위치, 금리 등 다른 요인으로 은행을 선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코틀러 교수는 “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친숙하고 믿음직한 브랜드를 개발하고 차별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서비스나 금융상품을 차별화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다른 은행이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고객에게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틀러 교수는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MBA)에서 마케팅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IBMㆍGE 등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의 고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