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일 오전10시께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 주재를 위해 청와대를 떠났다. 경제위기 대처를 위해 청와대 지하벙커에 구축한 ‘워룸(War room)’이 처음 경제현장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윤진식 경제수석,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대변인, 이인종 경호처장 등 참모들과 함께 과천까지 미니버스를 타고 갔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 이동수단을 미니버스 한 대로 통일했다는 후문이다.
10시50분께 과천 청사 3동 지식경제부 6층 회의실에서 제5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이 대통령은 “오늘은 수출동향에 대해 좀 알아보기 위해 직접 왔다”며 지난 1월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급감한 수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세계 시장이 좋았을 때와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면서 “비상수출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올 1년을 넘기려면 수출이 버텨줘야 한다”며 수출확대가 경제위기 극복의 단초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에게서 ‘워크아웃 추진 기업 애로 해소방안’을 보고 받으며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정된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되 신규사업은 채권 은행이 철저히 수익성을 따져 부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위기 때 기업이 클 수 있다. 평상시에는 기업 순위가 바뀌지 않지만 위기 때 확 바뀐다”며 기업이 분발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강조했다.
30분가량 회의를 주재한 뒤 이 대통령은 5층 실물경제지원단으로 자리를 옮겨 임채민 지경부 1차관에게서 수출상황과 민관합동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물경제지원단 활동 결과를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엔고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철통 같은 일본 시장을 뚫어보라” 며 “일본 대형마트는 한 번 물건을 공급하게 되면 오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던데 이런 것들을 개발해볼 수 없겠느냐”고 아이디어를 냈다. 이 대통령은 ‘실물경제종합지원단’을 돌아보던 중 즉석에서 강만수 재정부 장관, 이윤호 지경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 배석한 장관들과 수출 지원대책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대통령은 “수출보험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 아니냐. 고액보증이 잘 안 되고 있다고 하던데…”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배석했던 한 장관은 이에 대해 “수출업자들이 잘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수출입 무역금융”이라고 해명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보험도 그렇고 금융도 그렇고 잘 안 된다고 하던데”라며 정부의 지원대책에 문제가 있음을 재차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와 보고가 끝난 뒤 지경부 3층으로 내려가 수출입과ㆍ무역진흥과 등을 일일이 찾아 공무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환담한 뒤 젊은 실무관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이어 점심시간이 되자 이 대통령은 과천 청사 내 구내식당에서 지경부 국ㆍ과장, 서기관 등 실무자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배식을 받고 한 여성 공무원에게 “밥값이 얼마냐”고 물으며 “국회의원 시절 국정감사 때 와보고 오랜만에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밥을 먹는 와중에도 위기 때의 금융기관 역할을 주로 설명하며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울 일이 생기는데 은행이 이럴 때 잘 도와줘야 한다”고 또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