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미사일 발사관 12기 탑재 마가크 8 전차에 세계가 경악
도대체 마개조(摩改造·극한개조)의 끝은 어디인가. ‘개조의 달인’ 이스라엘군이 최근 공개한 유도무기 탑재 전차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그 성능과 외양이 독창적이다. 외형상으로는 전차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탑재무기는 단거리 전술 미사일. 이스라엘 라파엘사가 개발해 세계적으로 히트한 스파이크 미사일 발사관 12기가 탑재돼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전차의 차체가 미국산 M-48 전차라는 점. 이스라엘은 1960년대에 공여받은 M-48 전차를 단계적으로 개량해 유명세를 떨쳤었다. 주포를 90㎜에서 105㎜로 업건(up-gun)하고 엔진 출력을 끌어올리며 외부에 반응장갑까지 두르는 대규모 개조가 단행된 이스라엘 개조 M-48 전차(이스라엘 제식 명칭 마가크 5)는 2세대급 전차 중에 최고 성능을 자랑했다.
지난 2013년부터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최근 베일이 벗겨진 새로운 전차는 이미 개조의 극치를 보였던 마가크(Magach) 5와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메르카바 3전차의 포탑 장갑과 닮은 꼴이어서 방어력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차체 전면이 둥글다는 점만이 M-48의 흔적일 뿐이다. 심지어 포탑에 그대로 달린 105㎜ 전차포가 더미(dummy·모형)라는 추론도 강하게 일고 있다. 공개된 사진 일부에서 휘어진 주포가 보인다는 점에서 주포는 전차포로서 기능보다는 위장 또는 전차의 균형을 위해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포가 없음에도 새로운 전차의 원거리 타격력만큼은 그 어떤 전차도 넘기 어려울 정도다. 사정거리가 최고 20㎞에 이르는 스파이크 미사일의 발사관을 12기나 보유한데다 예비 미사일까지 합치면 정확도면에서는 웬만한 포병대대와 맞먹는다. 이스라엘군은 이 전차를 전차부대가 아니라 포병대 소속의 지원부대용으로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0년대말 퇴역시켰던 마가크 5 전차의 개조형은 ‘마가크-스파이크’ 또는 ‘마가크 8’(사진)로 불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수없이 개량한 M-48 전차는 한국군도 사용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군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 중후반 엔진과 주포를 일부 바꾼 채 아직도 일선에서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은 원형에 거의 가까운 90㎜포 탑재 M-48K3 전차를 앞으로도 최소한 3~4년간 굴릴 계획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구형 모델인 한국군의 M-48과 수없는 개량을 거친 이스라엘의 신형 전차가 안보에 대한 양국의 인식과 의지를 반영하는 본보기”라고 말했다./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