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산은, 우리금융 인수전 간접 참여로 선회?

●새롭게 등장하는 인수구도<br>KB·우리금융 합병후 중복지점 매물 대비<br>산은은 지점부족 해소위해 매수 가능성 커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인수전 참여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가운데 두 금융지주의 합병 이후 발생하는 지점중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산업은행이 우리금융의 인수전에 간접 참여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지점이 80개에 미치지 못하는 산업은행이 HSBC서울지점 인수처럼 KBㆍ우리금융 합병 이후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은행 중복지점을 일부 인수할 경우 산은은 지점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KBㆍ우리금융은 지점중복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안이라는 것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만약 합병 이후 산업은행이 KBㆍ우리금융의 중복지점을 살 경우 서로에게는 윈윈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지난해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고 물러섰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면서도 소매금융 확대 전략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카드다.

◇산은, 우리금융인수전 간접참여론 등장 왜=우리금융과 KB금융은 자산규모가 1ㆍ2위다. 합병될 경우 자산규모는 750조원 이상이 되고, 은행지점 수는 2,130여개에 이른다. 더욱이 두 은행이 합치면 직원 수는 3만7,000여명에 달한데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복점포도 70%나 된다. 합병이 이뤄진다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KBㆍ우리금융 노조는 합병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ㆍ우리금융으로서는 중복된 지점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갈 수도 없다. 합병 이후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그래서 등장하는 게 합병 이후 중복지점의 일부를 산업은행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지점이 80개에 미치지 못하는 산업은행으로서는 KBㆍ우리금융의 중복점포를 100개 정도만 인수해도 지점 수는 180여개로 늘어난다. 일거에 지점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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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도 "산은이 KBㆍ우리금융의 중복지점을 부분 인수하는 것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시나리오 아니냐"고 말했다. KBㆍ우리금융이나 산은 모두 효과가 큰 거래라는 점에서 괜찮은 방법이라는 얘기다. 모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도 "투자은행(IB) 쪽에서 중복지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있다고 했는데 중복지점의 부분 매각도 그것 가운데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합병 이후 통합의 시간을 3~5년 정도 주면서 인력의 자연퇴직이 이뤄지도록 하면 구조조정의 여파도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인력 상당 부문은 베이비부머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3~5년 시차를 두고 자연퇴직한다"면서 "KBㆍ우리금융의 합병도 그 부문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답 피하는 어윤대 회장…결정 초읽기 들어간 듯=이와 별개로 KB금융의 우리금융인수전 참여 여부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입찰 시점이 오는 7월 하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늦어도 7월 초까지는 참여 혹은 불참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도 "입찰 시점이나 여론 조성 등을 위해서도 이제 결단의 시점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더욱이 직설화법을 즐기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인수전 참여 여부를 놓고서는 즉답을 피하고 있는데 그 자체가 조만간 입장을 밝히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모 금융지주의 고위 관계자는 "KB의 우리금융인수에 대한 검토는 상당히 오래 전에 마친 상황이고 합병 이후 긍정ㆍ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검토도 끝냈을 것"이라면서 "더구나 우리금융 매각의 조건이 지난해보다 확연히 좋아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론의 흐름을 보면서 발표시기만을 조율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그는 "어 회장이 쉽게 결정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인 것은 확실하다"면서 "직설화법을 즐기는 어 회장이 답변을 지주의 다른 임원에게 미루는 것도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얘기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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