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원전 핵분열 가능성 희박… 국내 방사성 물질 피해 없을 것"

[일본 대지진] 원자력 전문가 진단<br>사용후 핵연료 대형 폭발 우려는 기우<br>방사성 물질 날아와도 미량 그칠 것<br>국내원전 안전도 세계적 수준이지만<br>가동·내진 안전성 등 점검 강화해야

장순흥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좌), 노희천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세슘과 요오드 같은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면서 핵공포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의 핵분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2의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사용후 핵연료의 핵분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또 세슘과 요오드 같은 방사성 물질의 여파가 국내에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핵분열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장 교수=빨리 냉각수를 넣으면 핵분열 폭발 가능성은 없다. 임계상태, 즉 노심 속 핵연료봉이든 사용후 핵연료든 느슨하게 퍼져 있던 핵연료 성분이 단단하게 뭉쳐 질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순간이 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크지 않다. 만일 임계상태가 돼도 물을 계속 넣고 있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노 교수=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해보기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인 원자력물리학자와 얘기해봤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핵분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핵분열에 대한 우려는 우리나라의 가압경수로와 후쿠시마 비등경수로의 사용후 핵연료 수조의 특성이 다른 것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오해 때문이다. 가압경수로에는 수조의 물속에 얼마간의 붕산이 들어 있다. 붕산은 중성자를 제어, 핵분열 가능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비등경수로는 그렇지 않다. 이는 물에 붕산을 넣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충분한 통제기술이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는 수조에 일반 물을 넣든 붕산이 섞인 물을 넣든 핵분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수조의 물을 채워 과열된 사용후 핵연료의 온도를 낮춰 방사능 유출을 막는 것이다. 또 사용후 핵연료에는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우라늄235)의 양이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적기 때문에 방사능 유출은 몰라도 핵분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혹시라도 핵분열이 실제 일어나면 원자폭탄과 같은 대형 폭발이 이뤄지나. ▦장 교수=약간 반응하다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핵연료가 농축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라 대형 폭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 ▦노 교수=당연히 아니다. 우라늄 양이 적어 핵폭탄 같은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 사용후 핵연료 수조 속의 물은 핵분열시 감속재 역할을 하게 된다. 수조의 물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감속재가 사라져 핵분열이 지속되기 어렵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의 전력복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력복구의 의미는 무엇인가. ▦노 교수=원전의 안전 관련 설비·기기들이 재가동된다는 의미다. 일례로 냉각펌프가 재가동되면 안정적인 냉각수 공급이 가능해져 원전 및 사용후 핵연료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또한 냉각수 공급장치에는 고압주입 시스템과 저압주입 시스템이 있는데 고압주입 시스템이 가동되면 원자로의 압력이 평상시보다 높아도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어 사태진정에 도움이 된다. 물론 고압과 저압주입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되고 물을 채워 넣는 기능까지 복구된다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 중 세슘과 요오드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이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장 교수=이들 방사성 물질로 피해를 보게 된다면 뼈에 약간의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걱정이라고 본다. ▦노 교수=원전사고로 유출되는 방사성 물질(방사성 핵종)은 매우 많다. 단지 세슘과 요오드가 인체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두 물질이 주로 언급되는 것이다. 참고로 피폭은 특정 방사성 핵종에 노출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여러 방사성 핵종이 내뿜은 방사선에 노출된 것을 말하며 방사능은 피폭된 방사선의 총량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연일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일본의 방사선이 국내에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감을 갖고 있다. ▦장 교수=우리나라로 방사성 물질이 날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한반도로 넘어온다 해도 미량에 그칠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 주민들이 받을 방사선 총량은 스리마일 원전 사고의 100배가량인 1밀리시버트(mSv) 정도로 예상된다. 도쿄는 0.01mSv 정도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가 영향을 받는다면 0.001mSv 이하일 것으로 보인다. ▦노 교수=일말의 심리적 불안감이 남아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KINS를 비롯한 국내 원자력안전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과학적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국내에는 방사능의 여파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고전문가들이 면밀한 과학적 분석을 거쳐 내놓은 결과에 대해 국민들도 신뢰감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도와 비상시 대응체계는. ▦장 교수=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 내부에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어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데 냉각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폭발이 일어났다. 반면 우리나라 원전은 원자로 밖에서 수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핵연료봉 온도가 천천히 올라가 폭발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러나 재해로 전력이 차단될 가능성에는 대비해야 한다. 비상전력 시스템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노 교수=우리나라 원전의 고장률ㆍ이용률 등 정량지표는 전세계 원전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높은 안전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가동안전성ㆍ내진안전성 등의 점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앞으로 원자력 발전에 미칠 영향은. ▦장 교수=원전사고는 인류에 치명적인 피해를 야기하게 된다. 가능한 한 모든 수준에서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원자력발전과 관련한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사고에 대비한 준비도 한층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국내 원자력시설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함께 원자력기술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노 교수=인접국 사이에 협력관계를 강화해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원자력 후발국들이 전체 프로그램을 취소하거나 축소할 우려가 있어 원자력 기술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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