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대체 그간의 제품홍보와 광고내용은 무엇이고 감시당국은 무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제품명에 어린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모들을 현혹시킨 음료제조 업체들의 무책임한 상혼에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피해자가 됐다.
어린이음료시장은 경기를 덜 타기 때문에 최근 대형 할인점이나 커피전문점까지 앞다퉈 뛰어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유명 캐릭터를 잡는 데나 골몰하면서 정작 영양성분 등 품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마케팅 비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프리미엄이니 기능성 제품이니 하는 이유로 판매가격도 웬만하면 1,000원대를 훌쩍 넘는다.
사실 어린이음료라는 것이 꼭 필요한지는 알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자라나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식품답게 성분과 안전 측면에서 최고 수준이 담보돼야 한다. 식품업체들은 콜라 같은 탄산음료들도 충치나 비만을 유발하는데 유독 어린이음료만 가지고 야단을 치냐고 둘러댈 일이 아니다. 어린이음료는 선전에 걸맞게 명실상부하게 건강에 유익한 제품이어야 한다. 국내 식품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가 매출액의 0.1~0.3%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정부는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만들고 철저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 현행 어린이기호식품품질인증제도를 더욱 확대하고 우수 제품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업계의 자정활동을 유도해야 한다. 어린이 기호식품에 적용되는 고열량ㆍ저영양 기준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음료수 하나 안심하고 사먹을 수 없는 세상이라면 선진국 소리를 듣기란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