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무용 팬들은 어느 해 보다도 행복하다.세계 무용계를 이끄는 거장들의 공연이 올해처럼 이어진 한 해는 드물다. 그 정점에 위치한 최고의 기대작은 단연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이하 NDT)의 내한. NDT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세계 무용계의 지주라 할만 한 지리 킬리안이 바로 그 이유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의 내한 공연은 내달 16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지난 1999년 3월에 이은 두 번째 국내 무대.
지리 킬리안은 흔히 '이 시대 무용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린다. 1999년 8월 NDT의 예술감독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신적 지주 역할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네 작품도 한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킬리안의 안무작이다.
월드컵 기간 중 내한한 나초 두아토, 29일 공연을 마친 오하드 나하린. 모두 기라성처럼 빛나는 안무가들이지만 이들의 명성 근저에도 지리 킬리안이 있다. 두 사람 모두 킬리안의 NDT에서 활동하거나 안무 의뢰를 받으며 거물급으로 성장했다. 킬리안은 본인의 명성으로도 세계 최고이지만 무용수를 발굴하고 NDT의 작품 의뢰를 부탁하며 세계 무용계의 나침반 역할을 해온 혜안으로도 평가받을 만 하다.
킬리안의 천재성은 흔히 고도의 신체적 테크닉과 음악의 조화로 평가된다. 깎아지른 조각 같은 동작에 베버른의 현악4중주('더 이상 연극이 아니다')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작은 죽음') 선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것.
체코 태생의 킬리안은 1978년 28살의 어린 나이에 NDT의 예술감독에 취임한다. 1959년 창단한 NDT는 지리 킬리안과 사반세기를 함께 하며 세계적인 단체로 부상케 된다.
단원은 나이별로 1~3까지 세 팀으로 나뉘는데 이번 내한 멤버는 20~30대로 구성된 핵심 멤버 NDT1 이다. 단원 수는 32명. 한국 공연에서 이들은 '더 이상 연극이 아니다', '잡초가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서', '작은 죽음', '쉬-붐' 등 네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이중 '쉬 붐'은 킬리안이 후계자로 지목한 폴 라이트 풋이 안무했다. 무용단의 현 예술감독은 마리안 사스타트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