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5억원 이상을 맡긴 거액 자산가들은 우리 경제를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투자대상으로 부동산, 특히 상가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예금을 맡길 때 6개월 미만의 단기 예치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은 이밖에 해외이주에 대해서도 예전과 달리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불안심리가 증폭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에서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ㆍPB)을 담당하는 재무컨설턴트 100명을 대상으로 거액 자산가층의 재테크 성향과 경제에 대한 인식을 묻는 간접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우선 `자산가층은 국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비관적(12%)``대체로 비관적(78%)`이라고 응답했다. 10명중 9명이 우리 경제를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 또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매우 부정적 8%, 대체로 부정적 61%)이 69%로 나타났다. `자산가층의 투자심리 또는 투자성향의 변화가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불안해 하며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응답이 84%나 됐다.
이 같은 불안심리와 함께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에 접어드는 등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대상으로 `부동산`을 꼽은 응답이 76%로 `저축상품(11%)`을 훨씬 크게 앞질렀다. 또 부동산 가운데 `아파트(26%)`보다 `상가(43%)`를 더 선호했다.
예금을 맡기는 기간은 `6개월 미만` 이 55%에 달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거나 투자대상을 옮길 수 있도록 단기예치를 선호하고 있다. 해외이주에 관심이 높은 자산가층(42%)이 많아지면서 자산가층의 해외송금이 늘고 있다는 응답률(50%)과 해외직접투자에 관심이 높다는 응답률(23%)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자산가층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PB서비스로는 78%의 응답자가 세무서비스를 꼽아 부자들이 가장 신경쓰는 문제가 역시 `세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PB전문가들이 관리하는 거액 자산가층의 금융자산은 `5억원 이상 30억원 미만`이 66%에 달했다.
<성화용기자, 조의준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