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가능한 금융정책 펴야
우리나라 은행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 지난 97년 말부터 4년동안 지속된 적자행진을 지난해에는 흑자로 돌려놓았다. 올해는 흑자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은행 임직원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함께 정부의 아낌없는 정책지원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경영 정상화의 속도면에서는 세계 금융시장의 귀감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금융산업이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새 정부가 염두에 두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기업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공정경쟁이 가능한 시장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지난 5년간의 혹독한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경영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는 크게 줄어든 대신 공정한 시장관리자로서의 역할이 높아진 데 대해서는 그 나름대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금융감독 정책이 보다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건전성 감독은 당연하지만 감독의 방향이 경제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일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특히 은행을 거시경제 정책의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은 소망스럽지 못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거시정책은 기본적으로 재정 및 통화신용 정책을 통해 소화하는 한편 금융감독 체제를 선진화해 금융권에 대한 불필요한 경영부담을 줄여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민영화도 새 정부의 시급한 현안 과제다. 이들 은행에 대한 정부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은행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큰 틀 안에서 추진돼야 한다. 새 정부는 출범 후 조속한 시일 안에 정부지분 매각에 관한 구체적 이행계획을 밝혀 관련 은행들의 동요와 경영 혼선을 억제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은행들은 자산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수신경쟁을 자제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배려도 필수적이다.
국민경제의 혈맥으로 비유되는 금융산업이 말 그대로 건전하고 튼튼한 혈맥이 되기 위해서는 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회사가 계속기업이라는 인식하에 상업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쉽게 말해 은행 영업은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가장 평범하면서도 올바른 방향이다.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을 통해 적정 수준의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고객과 주주를 위하는 길이며 더 나아가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