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0월 7일] 바쁠수록 돌아가는 지혜

보릿고개를 겪으며 굶주렸던 우리가 이제는 남아도는 쌀로 고민에 빠져 있다. 풍미(豐味)를 높이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온 연구자들은 미안해하고 묵묵히 땅을 일궈온 농업인들은 한숨이 깊어 간다. 여러 가지 지혜를 모으며 쌀 소비를 촉진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오히려 해가 갈수록 재고량은 쌓여가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쌀의 재배면적을 줄이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는 생각해봤으면 한다. 쌀은 우리의 먹을거리 중 가장 기본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2008년 세계 유류파동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국내 농축산업의 기반이 크게 흔들려 우리 모두 커다란 고통을 겪었다. 올해에도 이상기온으로 러시아 등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은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수출을 금지했다. 이렇듯 국제 식량환경은 유동적인 것이어서 현재의 상황에 조급해 하는 것보다는 긴 안목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쌀에 관한 여러 방안 가운데 쌀의 모태인 논을 생각해보자. 자궁이 건강해야 튼튼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것처럼 논의 힘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했으면 한다. 맛있는 쌀의 근본은 땅이다. 기름진 땅에서 맛있고 영양적으로 우수한 작물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기름진 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정말로 쉽다. 오히려 너무 쉬워서 값어치가 없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쌀을 키워준 볏짚을 논으로 돌려주면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쉬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볏짚은 땅에도 좋지만 가축에게도 좋은 먹이가 된다. 그래서 부득이 가축의 먹이로 이용할 때는 농촌진흥청이 올해 우리나라의 토양과 기후에 적합하도록 국내 최초로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비료식물(녹비작물)을 논에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비료식물을 이용하면 기름진 땅을 만드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화학비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쌀을 생산할 수 있다. 유난히 일기가 고르지 않았던 올해도 어김없이 추수가 되고 있다. 황금들녘이 농업인들과 정부의 한숨과 고민이 아닌 축복이요, 신나는 수확의 기쁨이 되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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