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구미시의 MOU 남발

양해각서(MOU)란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쌍방의 의견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문서로 된 합의를 의미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개인간 거래로 본다면 구두약속쯤에 해당하는(검토해보겠다는) 정도의 의사 표시로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 사이에는 기업 투자 유치와 관련된 양해각서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경북 구미시는 과시용 양해각서를 체결, 예산과 인력을 낭비함으로써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구미시는 그동안 구미국가산업4단지에 23만여평의 외국인 전용단지를 조성해놓고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양해각서 체결 소식을 전했다. 지난 5월25일 구미시는 도쿄에서 이의근 전 경북지사와 김성경 구미시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사히PD글라스코리아’의 모기업인 아사히글라스 회장과 구미4단지 1만9,000여평에 아사히PD글라스코리아 공장 설립을 위해 1억달러를 투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그러나 ‘아사히PD글라스코리아’는 양해각서 체결 훨씬 이전인 5월8일 이미 국가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와 입주 본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아사히PD글라스코리아는 특히 3월30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할 당시 4,600만달러의 투자계획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한 바 있다. 다시 말하자면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이미 본계약을 체결한 기업과 가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와 김 시장대행이 이미 들어오기로 계약이 된 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촌극을 보인 것이다. 구미시는 이번에 추가 투자계획을 협의해 1억달러로 투자 금액을 증액시키는 성과를 얻어 MOU를 체결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사히그룹과 MOU를 몇 번이나 체결했는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공무원 사회에 가득하다. 구미시가 이미 수년 전에 아사히글라스와 그룹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6억달러를 구미단지 수만평에 투자하기로 MOU를 체결한 범위 내에서 외자 유치가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9월25일에도 도쿄에서 열린 투자환경설명회에서 일본의 2개 회사와 5,000만달러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는 했으나 회사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번 일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이 요구된다. 이행 여부가 불분명한 일종의 가계약 체결을 위해 시간과 세금을 낭비하는 일도 더 이상 자행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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