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성도덕 이래도 되는가

석가탄신일이 주말이어서 모처럼만에 고향을 다녀왔다. 마침 연휴였기 때문인지 상경하려니까 열차며 고속버스표가 동이 나 있었다. 할 수 없이 국도로 달리는 차편을 이용키로 했다. 다소 고생이 되더라도 남원서 무주, 무주서 영동, 영동서 청주, 그리고 청주에서 서울로 가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남원서 자리를 가득 메웠던 버스가 장수와 장계터미널에서 거의 다 내리다시피하고 승객 너댓명만이 남게되었다. 무주를 향해 달리던 운전기사가 한참 모내기에 바쁜 들녘 저켠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바로 뒷자리의 필자를 힐끔 뒤돌아보면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요즘 애들은 왜들 저런다죠』 그리고는 이내 혀를 차대는 게 아닌가. 뭔가싶어 돌아다본 필자는 공연히 본인이 민망할 정도였다. 포르노영화 뜸뜬 장면을 태연히 열연하고 있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가 뒤엉켜 있었던 것이다. 괴상한 것은 여자의 입이 남자의 턱까지 통째로 삼키려고 뱀의 그것처럼 쫙 벌어져 잘근거리고 있는, 한마디로 꼴불견스러운 추태였다. 성이 개방되어 있는 프랑스에서도 저정도면 경범죄에 해당된다. 센강변에서도 보면 그 곳 연인들은 가볍게 입술을 대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면서 뭐라 속삭이는 아름다운 모습과는 천지차이였다. 사랑은 숭고한 것이다. 사랑은 또한 희생정신을 필요로 한다.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거나 남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풀이를 하고있다. 우리는 이러한 예를 얼마든지 들수 있다. 인간의 죄를 대속하고 자신의 목숨을 바친 예수와, 자기 민족을 구하기 위해 파라오 앞에서 목숨을 걸었던 모세며, 숱한 중생을 구원하려고 서원을 하고 남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보살 역시 사랑의 힘을 근본으로 삼고 있다. 사랑이란 그토록 성스러운 것이다. 청주에 도착하자 서울가는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할 수 없이 하룻밤 숙박할 여관을 찾았으나 『주무실 방은 없는데요. 잠시 쉬어갈 방은 있지만…』하는 것이 종업원의 말이었다. 결국 두어시간 정도 빌려주고 챙기는 수수료가 더 짭짤하다는 사실을 웅변해 주고 있었다. 서울 장위동에 산다는 중년부부도 방을 구하지 못해 결국 우리 셋은 변두리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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