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주가 상승세 유지하려면

유병규<현대경제硏 상무>

올해 초만 해도 맥을 못 추던 국내 증시가 1,000포인트를 훨씬 넘어섰다. 사상 최고치를 언제 기록할 것이냐가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주가 상승을 지난 80년대 일본이나 90년대 미국에서 장기간 나타났던 큰 폭의 주가 급등이 이뤄진 대세상승기와 흡사한 것으로 평가한다. 대세상승론은 저금리 기조 지속, 간접투자문화 정착, 베이비 붐 세대의 자산증식 활동 강화 등이 세 나라 주가 상승의 공통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처럼 주가 상승에 기대를 거는 것은 개인의 투자수익 증대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냉각된 국내경기 전체에 온기를 확산시키는 난방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시장 내의 크나큰 기대감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애 요소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우선 실물경기가 주가 상승을 든든히 뒷받침해줘야 한다. 최근의 주가는 실물경기와는 동떨어진 채 올라가고 있어 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만일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돼 기업실적 등이 악화된다면 주식시장의 상승 동인은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안정대책 등으로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돼 주가가 올라가는 지금의 유동성 장세가 소비와 투자증대 등에 의한 경기 활성화로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는 실적 장세로 연결돼야 국내 주가의 고공행진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주식매수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져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대세상승기의 주요 주식매수 기반은 개인과 기관투자가였다. 그러나 2004년 말 현재 국내 주식거래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참여 비중이 18%, 기관투자가 역시 17.6%인 데 비해 외국인 투자 비중은 42%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38%, 기관투자가는 무려 49.3%에 이르나 외국인 비중은 11.2%에 불과하다. 국내 주식시장 거래구조 중 또 하나의 특징은 경영권 방어 등에 의한 자사주 매입 증가 등으로 일반법인 비중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과도하게 높으면 주가 상승의 실익은 외국인들에게 상당부분 돌아가 국부유출 논란이 일게 되며 국내경기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국제환율이나 금리 변동, 그리고 국제정세 변화 등에 따라 외국인투자가들이 투자전략을 변경하는 대로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국내에 유입된 외국자본이 대량 유출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것이 외국인 주도 주식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의 대표적 실례라 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에 치중하는 일반법인 비중이 큰 것 역시 국내 주가수준을 실력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이는 요인이 돼 주가 급락의 빌미를 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간접 주식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 방침 등을 구체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기업이 투자와 같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매매성향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내 주식시장의 단기매매 성향은 그동안 많이 개선됐으나 선진국 시장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단기매매 성향의 주요 지표인 시가총액 회전율의 경우 2004년 말 국내 증권거래소는 148.3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뉴욕ㆍ도쿄ㆍ런던 등과 같은 세계적인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회전율은 100% 내외에 지나지 않는다. 단기간 내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조급한 투자문화가 지속된다면 국내외 불안요인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국내 주식시장의 여건하에서 주가의 대세상승 기조를 마음 편히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야말로 실물경기 호전, 매수기반 확충, 중장기 투자 문화 등 주식시장 활성화의 기본 요건들을 충실히 갖춰나갈 때만 국내 주가의 대세상승기 진입의 꿈은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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