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꼽추 리처드3세' 연기하는 연극배우 안석환

'인간이 만든 악마' 혼의 연기


연극배우 안석환이 ‘꼽추 리처드 3세’로 다시 태어났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절면서 두시간에 이르는 공연동안 쉼 없이 움직여가며 극을 압도하는 그의 연기는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잇따라 이끌어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그는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 검은 선글라스를 고집한다. 그는 “지난 7월 배역이 결정 된 후 검은색 정장을 입고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며 “검은색을 입고 리처드 3세의 그늘진 내면의 감성을 끌어 내기위해 외형적인 변신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리처드 3세 역은 영국의 명배우 겸 연출자인 로렌스 올리비에, 앤서니 쇼어, 알 파치노 등 당대의 내로라 할만한 배우들이 맡은 역이다. 한 마리의 하이에나를 연상시키며 폭 30m가 넘는 무대를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은 한눈에도 힘들어 보인다. 그는 “짧은 다리에 비열해 보이는 하이에나가 리처드 3세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데 적합한 동물”이라며 “어렵게 정상을 올랐을 때 그 기쁨을 맛보기 위해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석환이 완벽한 리처드 3세로 변신할 수 있었던 데는 하루 10시간이 넘는 혹독한 연습이 있었기 때문. 그는 “5개월 만에 6kg이 줄 정도로 배역이 힘들고 어렵다”며 “영국 등 외국에서 리처드 3세역을 맡은 배우들은 목발 등 보조장치를 사용했지만 온전하게 맨몸으로 불구의 리처드 3세를 연기한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200여회 하고 나니 ‘이제는 관객들이 보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작품도 처음 연습 때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안개 속이었지만 이제는 정상이 보이는 정도일 뿐 아직 정상에 오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리처드 3세는 권좌에 오르기 위해 형제들을 살해하고 조카들마저도 과감히 없앤다. 또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 그의 남편을 무참하게 죽이는 잔혹한 살인마다. 하지만 리처드 3세는 또 다른 피해자다. 그의 극단적인 악에 대한 추구는 소외당하는 자신을 벗어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반작용이다. 그는 “리처드 3세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꼽추에 비틀어진 팔을 가진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지만 어머니에게조차 소외당하고 저주 받은 모성결핍증 환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리처드 3세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며 이들이 난폭해지는 이유는 사랑 받지 못하고 자라는 환경 때문”이라며 “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변신하지 않고 머물러 있다는 것은 배우에게 가장 큰 모욕이라는 말을 남긴 안석환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이 시대 최고의 리처드 3세로 기억되기 위해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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