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때 착오가 있어 호적상 생년월일을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고쳤다고 하더라도 직장에서 정년퇴직일을 바꾸지 못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모(58)씨는 1982년 근로복지공단(당시 근로복지공사)에 입사, 일반직 2급 부장으로 재직하다가 정년퇴직과 관련된 인사규정에 따라 지난해 초 공단으로부터 "2003년 6월30일이 정년퇴직일"이라는 통보받았다.
이씨는 "실제 생년월일이 1946년 7월2일인데 출생신고를 하면서 착오가 생겨 1944년 3월18일로 호적에 등재됐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생년월일로 따지면 2년 반을 더근무할 수 있다"며 지난해 2월 서울가정법원에 호적정정 허가신청을 내 법원으로부터 "1946년 7월2일로 정정을 허가한다"는 결정을 받았다.
호적정정을 합법적으로 마친 이씨는 지난해 3월 공단에 인사기록 변동사항을 제출했다.
그러나 공단은 인사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중앙인사위원회를 열어 "근로계약시 연령을 기준으로 정년까지 근무가능 기간을 예측한 것이므로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정년퇴직 인사발령을 냈다.
이에 불복한 이씨는 서울남부지법에 "호적이 정정됐으므로 정년퇴직발령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창보 부장판사)는 29일 "이씨가 입사 후 20여년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정년퇴직을 불과 몇달 남겨놓고 호적정정 신청을 한 것만으로 실제 생년이 1946년인지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입사 당시 자필로 공단에 제출한 신원진술서에는생년을 1944년으로, 1945년~1958년까지 전북 고창에 거주한 것으로 각각 기재돼 있고 호적정정 이전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인사관리 등 제반처우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생년이 실제 1946년이라 해도 공단은 애초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을 산정키로 하는 묵시적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공단 규정에정년을 따질때 반드시 실제 생년월일로 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