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리인상 나선 신흥국] 경기위축 감수한 고육책 … 중국 성장둔화 등 악재로 약발 미지수

"선진국, 신흥국에 푼 자금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터키 긴급통화정책회의 소집

아르헨은 달러매입제한 완화


아르헨티나발(發) 금융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주요 신흥국들이 '금리인상 카드'를 빼들었다. 경기위축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급격한 해외자금 유출을 막고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자금을 시장에 풀었던 선진국 투자가들이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신호탄으로 본격적인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신흥국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은 이 같은 신흥국의 조치에 잠시 안정을 취한 모습이다. 그러나 한번 물꼬가 터진 글로벌 자금의 이동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근본적 악재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역시 신흥국들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큰 상황이다. 최근 신흥국 중에서도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국가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다.


최근의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곳은 인도다. 인도 중앙은행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역레포 금리를 기존 7.75%에서 8%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당초 블룸버그가 45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단 3명만이 금리인상을 예측했을 정도로 금리당국의 결정은 '예상 밖'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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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중앙은행은 리라화의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28일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터키의 리라화 가치는 지난 13일부터 10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로 이 기간 하락률만도 8%에 이른다.

터키 중앙은행의 긴급 회동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로이터 전문가 31명 중 30명이 터키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했다. 신흥국들의 금리인상은 우선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알렉산더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자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테이퍼링 실시에 따른 선진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신흥시장의 자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긴축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도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선진국의 유동성 축소가 신흥국의 통화가치를 폭락시켜 해당 국가의 인플레이션을 촉발시키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통화 긴축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기의 진앙지인 아르헨티나도 물가폭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22일 이후 15% 가까이 폭락한 '페소화' 등의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올해 인플레이션율이 30%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년간 금지해온 달러 매입을 1인당 매달 2,000달러까지 허용한다고 이날 밝혔다. 달러를 1년 이상 은행에 맡겨둘 경우 외환거래세 20%도 감면하기로 했다. 신흥국들의 발 빠른 조치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진정세를 보였다. 터키 리라화는 긴급 회의 소집 발표 직후 급격하게 반등하면서 27일 전거래일 대비 1.84% 올랐다. 지난주 2거래일 만에 15%가량 떨어졌던 아르헨티나 페소화 역시 이날은 0.02% 하락하는 데 그쳤다. 다만 신흥국의 이같은 조치가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의 금융불안은 단순히 선진국발 자금 엑소더스뿐 아니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HSBC 중국 제조업 PMI는 기준선인 50을 밑돌면서 중국의 성장둔화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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