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이민자들까지 산업 스파이로…기업 첨단기술 유출 비상

중국계 이민자 중심 신종 스파이 활개<br>올기업정보 절도 작년보다 50% 급증<br>페이스북 접속 금지·사내 감청 강화등<br>정부·글로벌 기업들 대응책 마련 부심



지난 7월13일, 미국의 바이오연료 회사에서 근무하는 캐나다 국적의 중국계 이민자 후앙 켁슈(45)가 체포됐다. 혐의는 경제 스파이. 2003년부터 5년 동안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다우케미칼 연구소의 살충제 전문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얻은 회사의 기밀정보를 훔쳐 중국 정부에 넘겨왔다는 것이다. 그가 회사 기밀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다우케미칼에 재직 중이던 2005년 1월이다. 그 때부터 후앙은 2012년 중국에서 특허가 만료되는 살충제 제조법을 중국 정부에 넘겨 왔다. 이후 제조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시가 떨어지자 어린 아들의 여행가방에 살충제 제조를 위한 희귀 박테리아를 담아 중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성과를 올릴 때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중국과학재단으로부터 적잖은 금액을 챙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8년 회사에서 해고된 이후에도 그의 정보 유출 행위는 계속됐다. 올 초까지도 전 직장의 정보를 중국에 빼돌리다가 덜미가 잡힌 그는 미 사법당국으로부터 경제스파이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을 상황에 처했다. 그가 중국으로 빼돌린 정보는 금전으로 환산하면 1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첩보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이야기가 글로벌 산업계에서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가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하면서 거의 모든 산업분야로 촉수를 뻗치고 있는 스파이 활동이 기업 정보방어막을 뚫기 위해 점차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첨단 기법을 동원해 더 정교한 방법으로 기업 컴퓨터를 해킹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전문 산업스파이 감시에 집중하는 틈을 타서 각국 정보당국이 외국에 거주하는 자국 이민자를 통해 기밀을 빼돌리는 새로운 기법까지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들은 전문 스파이 뿐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스파이로 돌변하는 이민계 직원들에까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 이민자 스파이, 새로운 경향으로 부상=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업에서 정보를 빼내 자국에 넘기는 '이민자 스파이'들이 미국에서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 산업스파이 대신 이민자 출신의 회사 직원들이 새로운 기밀 유출 창구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스파이 검거에만 목 매달았던 미국 기업들은 믿었던 직원들의 배신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다우케미칼의 후앙 켁슈와 같은 이민자 스파이가 아직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늘어나기 시작한 이들의 활동은 스파이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기업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 모토로라 역시 이민자 스파이의 타깃이 됐다. 모토로라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중국출신 이민자 진 후 주안은 액정 관련 기술을 저장한 문서를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다가 FBI에 덜미를 잡혔다. 미 사법 당국 관계자들은 이런 사례들이 전세계 경제전쟁의 새로운 전선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산업스파이들이 미국의 군사나 첨단 기술을 빼내는 게 주를 이뤘던 과거의 스파이 전쟁과 달리, 최근에는 이민자 신분의 일반 기업 직원이나 종업원들이 기밀 유출의 선봉장에 서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이들의 행위가 해외 정부와 직접 관련이 있음을 입증할 물증을 찾기가 어렵지만 중국, 이란, 러시아 등의 정부는 미국의 최신 기술을 입수하기 위해 자국 출신 이민자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법무부 레니 브루어 형사담당 차관보도 "혁신의 리더로 남기 위해서는 기밀을 보호해야 하나 기업 곳곳에 숨어 있는 이민자 스파이를 찾아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산업스파이 대처, 고군분투하는 기업들= 새로운 유형의 스파이 활동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정보 절도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 리스크 컨설팅 회사인 크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업 정보절도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5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801개의 기업 중 절반은 전년에 비해 기업 방어를 위한 비용을 늘렸다고 답했지만, 조사전문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실제 체포돼서 헤드라인 기사로 실리는 경우는 세계 도처에 깔린 전체 스파이 가운데 불과 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스파이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들은 전방위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내부 지침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외부 업체나 정부의 도움을 받아가며 기밀 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독일 스포츠카 생산업체인 포르쉐는 일반 직원들이 페이스북이나 비즈니스인맥관리사이트인 싱, 이베이 등의 상거래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자사 임직원들이 회사 기밀 정보를 페이스북이나 다른 사이트에 올릴 경우 외국 정보기관이 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셰 관계자는 "정보의 불필요한 노출을 막고 산업스파이로부터 자사 기밀 정보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규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경영진 등을 감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설탐정을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설 탐정들은 감시 대상자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는지 등을 낱낱이 파악해 경영감독위원회에 수시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로는 개별기업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빌리기도 한다. 호주정부는 지난 9일 호주통신방어접속법을 개정해 국가정보원에서 사용하는 감청기술을 경찰 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이 경찰에게 협조를 구해 사내 감청 시설을 강화하고 스파이를 조기색출함으로써 기업 방어에 적극 이용토록 한다는 복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