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뭉쳐야 산다” 국내산업 공조 확산

◎최고경영자들 모여 「규제완화」 건의”­자동차/일 소니제품 품질 비교회 공동개최­가전/포철·일 업체들에 후판값인하 관철­조선/자율감산 일업체들과도 보조 맞춰­반도체오는 11일 전자산업진흥회는 서울 강남 진흥회빌딩에서 일제 소니 컬러TV와 국산 가전제품을 비교분석하는 전시회를 연다. 이런 행사는 진흥회 설립이래 처음이다. 전자진흥회는 멕시코와 동남아 등지에서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저가형 소니제품을 완전히 뜯어 국산품에 비해 품질과 기능이 크게 뒤떨어지는 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내수불황속에서 이대로 가다간 「안방」을 「사이비 일제」에 빼앗길 위험이 높다』며 위기의식을 느낀 가전업계 대표들이 모처럼 손을 맞잡고 개최되는 것. 「공조로 불황을 뚫고, 공생한다」는 움직임은 가전업계만이 아니다. 자동차·조선 ·브라운관·반도체등 주력산업분야가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흩어져 싸우는 것(상쟁) 보다 모여서 상생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라이벌」로 치열하게 경쟁만 해온 분야에서 더욱 활기를 띠어 주목을 끌고있다. 자동차 업계의 최근 움직임은 이의 전형적인 예로 지적된다.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사상 최대」에 달하면서 공조로 이에 대처하려는 공감대가 급속히 형성됐다. 정몽규 자동차공업협회장, 김석준 쌍용그룹회장, 한승준 기아자동차부회장, 조내승 아시아자동차부회장 등 주요업체 최고경영자들이 승용3사 공장을 상호방문(3월24일)한 것은 이의 대표적 사례. 이 자리에서 경영자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동차규제」가 무차별적이라는데 의견을 모았고, 이는 협회를 통한 규제완화 건의로 이어졌으며 결국 정부의 검토표명을 이끌어냈다. 또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이 사상 처음으로 장기무이자할부경쟁을 중단키로 의견을 모았고, 기아 엔터프라이즈, 대우 레간자발표회에 업계 최고경영자들이 참여, 서로를 칭찬하는 모습도 전에 없던 일이다. 경쟁이 치열하기로는 가전업계를 빼놓을 수 없다. 「가전3사」라는 표현은 경쟁과 갈등으로 대변되는 업계의 상징이다. 그런데 최근 백화점등을 통해 일제도 아닌 소니가 일제처럼 대량으로 팔리자 이에 공동대처하기로 했다. 업계는 더 나아가 가전제품에 대한 원산지표시 조작문제 등을 들어 사법당국에 고발키로 의견을 모으면서 전에없던 공조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공조체제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김정국 현대, 신영균 대우, 이해규 삼성중공업사장 등은 최근 공동보조를 취해 포철과 일본의 수입업체들에게 후판가격 인하를 공동요구, 이를 관철시켰다. 포철은 톤당 10달러, 일본철강업체들은 5달러씩을 내렸다. 또 삼성전관, LG전자, 오리온전기 등 브라운관 업계도 모니터용 브라운관의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하자 이의 진정을 위해 최근 업계사상 처음으로 자율감산에 돌입하는등 공조를 통한 공생방안을 찾고 있다. 「자율감산으로 공멸위기를 극복하자」. 한일반도체 업계가 국경을 초월해 16메가D램의 자율감산을 위해 형성한 공조체제다. 국내에서는 최대업체인 삼성전자가 먼저 감산에 돌입키로 했고, LG반도체와 현대전자도 이에 동참했다. 일본업체들도 가세했다. 그 결과 한때 6달러까지 추락했던 16메가D램의 가격이 최근 12달러 까지 회복됐다. 뭉치면 산다는 평범한 진리가 불황으로 다시 확인되고 있다. 업계가 곧 출범할 세계반도체협회에 정회원으로 가입키로 한 것도 문정환 LG반도체부회장(한국반도체협회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사장, 김영환 현대전자사장 등 최고경영자들의 협조체제 가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협회에 가입하지 못할 경우 표준화와 해외시장 개척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를 설득, 관세인하문제 등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박원배·이의춘·채수종>

관련기사



채수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