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피랍자들을 석방하기 위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아프간에 파견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등 고위급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백 실장은 대통령 특사인 만큼 고위급 수준에서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협의를 할 것”이라며 “아프간 대통령을 비롯해 안보보좌관, 외교부 장관, 내무부 장관, 지역 국제치안유지군 관계자들과 만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백 실장은 이날 오후 아프간 수도 카불에 도착, 피랍자 석방을 위한 총력적인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천 대변인은 피랍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 중이며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억류가 장기화되고 여성이 대부분이라서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랍자들에게 의약품과 식료품이 전달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인질이 조만간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천 대변인은 “여러 보도가 있지만 외형적인 상황 변화는 없으며 그런 보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아프간 피랍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해 “이번 사태가 단기에 끝났으면 좋겠지만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대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한국인의 피랍장소인 아프간 가즈니주(州)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탈레반에게 ‘몸값’의 일부가 지난 25일 밤에 지불됐다”며 탈레반 측이 그 대가로 한국인 인질 8명의 석방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가즈니주를 총괄하는 탈레반 현지사령관이 “협상시한(한국시간 27일 오후4시30분)과 관계없이 매일 인질 한 명을 살해하겠다. 정부가 우리 요원의 석방에 응하겠다고 말해놓고도 성의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납치단체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미 국무부는 26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인 인질 한 명이 살해된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인질들의 무조건 즉각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