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여성대법관 샌드라 데이 오코너 여사가 은퇴한다는 소식이다. 부군의 건강 때문에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은퇴의 변이라니 신선하기 이를 데 없다.
떠나야 할 때를 분별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구실을 달아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공직에 대한 헌신과 개인적 행복추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환경과 정서, 그 용기가 마냥 부럽다.
우리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13인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올해는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중 임기가 만료되는 분이 여럿 있기 때문에 대법원의 구성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관은 한명 한명이 모두 사법부의 상징과 같은 존재이다. 아무쪼록 능력과 인품이 겸비된 분들이 대법관으로 임명돼 모든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되기를 기원한다.
변호사의 자격을 15년 이상 보유한 4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대법관에 임명될 수 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을 하지만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을 대법원장에게 알려주고 대법원장은 알아서 그 사람을 대법관으로 제청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이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사법부의 독립을 바라는 국민들과 법조인 스스로의 감시체계가 대통령이 찍어주는 대법관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대법관에게 재조경력이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서열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대법원의 구성이 단조로워져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될 수가 있다. 금녀의 벽은 이미 지난번 인사로 무너졌다.
대법관은 심신이 건강해야 한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지녀야 한다.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약한 자를 배려할 줄 아는 너그러움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좋은 대법관들이 나타나 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