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표준을 가진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기술표준 확보 국가 경쟁력 핵심과제로 부상<br>국내 기술표준 1만8,000종 불구 신수요·신성장 분야는 반영 못해<br>KS등 규격심사 신뢰도 허점많아 시험·검사위한 산업클러스터 필요

‘표준을 가진 자가 세계시장을 지배한다.’ 세계 시장을 둘러싸고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표준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주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표준은 1만8,000종으로 양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규격이 일반기술 위주로 신수요나 신성장 분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 마련된 표준도 산업현장에 제한적ㆍ임의적으로 적용되면서 오히려 신뢰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복검사나 규제의 빌미가 되고 있기도 하다. 표준화란 사물ㆍ개념ㆍ방법 및 절차 등에 대해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다수가 그 기준에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생활용품에서부터 자동차ㆍ비행기 등 모든 제품 및 부품의 치수ㆍ성능ㆍ재질ㆍ시험방법 등을 통일화 및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표준은 곧 돈벌이로 연결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PC용 운영체제로 채택된 윈도(WINDOWS)가 대표적이다. MS에 표준보급은 곧 제품보급이다. 자신의 규격을 표준화한 결과 시장 자체를 독점했다. DVD 후속모델인 차세대 광(光)기록기기의 포맷 표준을 높고 NECㆍ도시바의 연합과 소니ㆍ샤프ㆍ삼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홈 네트워크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사인 소니와 삼성이 손을 잡기도 했다. 오히려 표준화는 지금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윤교원 기술표준원장은 “기술과 제품들이 점점 동질화하면서 표준에 반영되지 않으면 그 기술은 가치를 잃게 된다”며 “연구개발 기획단계에서 표준을 고려한 전략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초ㆍ원천기술인 측정표준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초정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칩을 가공할 초정밀 기술과 진공시설을 위한 극고진공 측정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GPS 같은 위성항법시스템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10만년에 1초 이내 오차라는 시간측정 기술이 사용된다. 표준화 능력 육성은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측정에 대한 표준(측정표준)이다. 길이를 측정하거나 무게를 잴 때 필요한 것이 측정표준이다.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정확도도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대개 100만분의1m(1㎛) 정도까지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반도체 칩을 위해서는 그보다 정확한 10억분의1m(1㎚) 수준을 잴 수 있는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측정표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른바 ‘기술표준’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한국산업규격(KS)이나 국제표준화기구(ISO)를 들 수 있다. 기술표준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시장에서 기업간 경쟁결과 표준지위를 획득한 ‘사실상의 국제표준’과 ISO 같은 기구에서 만든 ‘공적표준’으로 구분된다. 기업들이 시장에서 만들어낸 사적(私的)표준이 점차 공적(公的)표준으로 대접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측정신뢰도는 많은 허점을 갖고 있다. 최근 국내 국가공인시험기관에서 발행한 시험성적서의 70%가 국제표준에 맞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부 산하의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올해부터 10년사업으로 시작한 ‘산업측정 신뢰도 제고사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정명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기업들도 국제표준 없이는 연구개발이나 제품생산이 어렵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산ㆍ학ㆍ연 연계뿐만 아니라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교정ㆍ시험ㆍ검사를 위한 산업클러스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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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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