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지역에 위치한 외국계 펀드에 대해서도 원천징수 방식을 통해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우여곡절 끝에 마련됐다. 지난해 9월 정기국회에 법안이 상정된 뒤 8개월 만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펀드가 위치한 벨기에에 대해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벨기에를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한 경우는 없다”며 지정에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제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조법)은 조세회피지역에 근거를 두고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펀드의 투자차익에 대해 원천징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투자차익을 미리 징수하고 과세 여부 등을 따져본 뒤 비과세면 나중에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상은 재정경제부 장관이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한 지역 내에 위치한 외국계 펀드다.
이날 법안은 수정 가결됐다. 당초 지난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시행일은 법 통과 일로 바꿨고, 또 이 법 시행일이 속하는 과세연도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정부는 원천징수를 적용할 조세회피지역 지정을 서둘러 오는 7월부터 제도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상지역을 선별하고 재경부 장관이 이를 지정, 고시하면 된다.
관심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펀드가 위치한 벨기에에 대해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할지 여부다. 일단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라부안이나 케이맨제도 등과 달리 벨기에는 단일ㆍ독립국가라는 점이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권태신 재경부 차관은 벨기에를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는 OECD가입국인데 다른 OECD국가들은 벨기에를 조세회피지역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는 6월에 벨기에와 2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펀드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권을 우리나라가 갖는 내용의 조세조약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