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1998년 LTCM式 자금수혈 나서

월가 금융기관들 일정액 분담통해 긴급지원<br>자금 부담 크고 부실규모도 달라 진통 예상<br>州정부 협조융자 못얻으면 FRB가 나설듯


미국 뉴욕 주정부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미국 채권보증회사(일명 모노라인)의 뇌관 해체 작업에 착수했다. 방식은 지난 1998년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경영위기 때 사용한 뉴욕 월가 은행의 협조융자에 의한 구제금융이다. 즉, 월가 금융기관이 일정액씩 분담해 파산위기에 몰린 모노라인에 자금을 수혈해 구제하고 궁극적으로는 채권시장을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규모는 150억달러. 모노라인 구제는 뉴욕 주정부가 발벗고 나선다. 이는 은행감독 업무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관장하는 데 비해 채권보증 등 보험 감독은 주정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만약 뉴욕 주정부 차원에서 협조융자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결국은 FRB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뉴욕 주정부가 23일(현지시간) 월가 금융기관에 150억달러 규모의 협조융자 제공을 요청했다. MBIAㆍ암박 등 모노라인이 보증한 2조4,000억달러어치의 채권 가운데 60~70% 정도가 주ㆍ시정부, 병원, 학교 등 공공기관이 발행한 지방자치채권이다. 모노라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파산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인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거래에서 엄청난 손실을 봤으며 이 바람에 미국 2위 업체인 암박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에 의해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두 단계 강등당했고 1위인 MBIA도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의해 강등 경고를 받았다. 채권 부도시 이를 대신 지급해야 할 모노라인의 신용등급 하락은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이미 MBIA와 암박은 신규채권 발행업무를 중단했다. 특히 이들이 보증을 선 6,000억달러에 이르는 서브프라임 관련 구조화채권은 기초자산 자체가 워낙 부실하기 때문에 부도날 가능성이 높아 금융시장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뉴욕 주정부가 월가 금융기관의 팔을 비틀어 협조융자에 성공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FRB와 재무부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게 월가의 생리지만 주정부의 방안에 순순히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구조화투자법인(SIV)이 보유한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담보부증권(CDO)을 공동 인수할 ‘슈퍼펀드’ 설립안도 월가의 미온적 반응으로 좌절된 바 있다. 이날 뉴욕 주정부가 월가 금융기관 경영진을 불러 놓고 2시간가량 회의를 진행했지만 참석 금융기관 임원들이 모두 찬성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에릭 디날로 뉴욕 주정부 보험감독국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순탄하지 않음을 예고했다. 월가 금융기관들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제거하자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아시아계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을 정도로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갹출금 분담에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 모노라인으로부터 보증을 받은 채권의 부실 규모가 서로 다른데다 이미 상각처리한 금융기관들은 협조융자를 할 절실한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있다. 뉴욕 주정부 차원의 협조융자가 순탄하지 않을 경우 FRB와 재무부가 월가 금융기관을 간접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FRB와 재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모노라인발 부실 충격에 대비한 공동 대책반을 설립했다”며 “이들은 뉴욕 주정부와 월가 금융기관의 협의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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