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철이면 "사우나 하는 것 같다" "찜통더위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예전엔 이 말들이 비유적인 의미로 쓰였을지 모르지만 요즘 우리나라 여름 날씨는 실제로도 꼭 사우나 같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습해져 뜨거운 김을 쐬는 것 같은 날씨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사우나에서는 어른들도 땀을 뻘뻘 흘리다 몇 분을 못 참고 뛰쳐나오기도 하며 너무 오래 있으면 탈수 증상으로 쓰러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입구에는 만 5세 미만의 아이들은 입장을 삼가라는 안내판이 떡하니 붙어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사우나 안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격이니 아이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우나 안에 아이를 데리고 들어간다고 상상해보라. 아이들은 본래 어른보다 열이 많고 외부 열기에 취약하며 몸속 열기를 순환시키는 능력도 떨어진다. 여기에 열기가 더해지니 땀을 비 오듯 흘리고 답답해하며 어지러워할 수 있다. 그냥 둔다면 탈수 증상이 나타나고 피부는 수분을 빼앗겨 건조해진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라면 간지러워 자꾸 긁게 돼 증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설상가상 더운 것을 참지 못해 찬물을 뒤집어쓰거나 하면 콧물, 기침 증상이 시작되고 열이 오르는 등 감기, 비염에 걸리는 건 시간문제다.
한방에서는 이렇게 뜨겁고 습한 기운 때문에 생기는 질환들을 '온병(溫病)'이라고 한다. 감기, 비염, 아토피뿐만 아니라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신종독감, 조류독감, 사스(SARS), 수족구까지 모두 외부의 열로 인해 생긴 '온병(溫病)'의 일종인 것이다.
그럼 사우나 같은 지구에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몸속의 보일러를 꺼줘야 한다. 한방에서는 '보음(補陰)'이라고 해 속열을 풀어주고 부족한 진액(몸속 수분)을 보강해주는 치료를 한다. 가장 열이 많은 장부인 심장, 폐의 열을 내리고 피를 저장하는 창고인 간과 모든 물의 저수지(콧물, 눈물, 정액 등)인 신장을 강화하는 치료가 필수적이다.
평소 속열이 쌓이지 않도록 생활 관리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름지고 매운 음식, 햄버거, 빵, 과자, 아이스크림, 달콤한 음료수는 물론이고 단맛이 많이 나는 과일도 자제해야 한다. 대신 토마토, 수박, 오이처럼 수분이 충분하면서도 당분이 적은 것이 좋다. 씀바귀, 참나물, 두릅 같은 쓴 채소는 열은 내리고 진액은 보충하는데 그만이다. 옷은 시원한 면 소재를 골라 헐렁하게 입힌다. 더불어 갑자기 에어컨 바람을 쐬거나 찬 음식을 먹여 급격히 체온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위험한 행동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