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60세를 이순(耳順)이라 말했다. 회갑은 세상의 순리를 알고 새로운 생을 시작하는 시점으로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큰 의미를 부여해왔다. 필자가 소속돼 있는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 1954년 창립해 올해로 회갑을 맞았다. 보통 사람들에게 회갑이 큰 의미로 다가오듯 1만8,000여 공인회계사의 대표자로서 회갑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 60년을 돌아보자.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의 아픔을 이겨내고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다. 공인회계사와 회계 업계도 '자본주의의 파수꾼'으로 우리 기업의 성장과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사람들에게 장수는 축복이다. 하지만 불과 60년 전인 1950년대에도 장수의 기준은 50세를 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는 50세를 넘으면 장수한다고 축복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인들의 평균수명은 남자 78세, 여자 84세로 이전보다 크게 길어졌다. 기업들의 장수도 축복이다. 국내 기업 중 창업 반세기를 넘긴 곳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창업한 지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은 두산을 비롯해 7개, 전체 기업의 평균 역사는 16.9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장수기업으로 가는 데 열악한 내외부 환경이 여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해외는 어떨까. 독일에는 지멘스라는 대표적인 장수기업이 있다. 1847년에 설립해 160년 이상 기업을 키워왔다. 지멘스는 변화를 예측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정확히 파악해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프랑스에는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있다. 올해로 창업 124년을 맞는다. 그동안 혁신적 타이어 제품을 꾸준히 선보여왔고 자동차문화 정착을 위해 도로표지판을 설치했으며 지도와 레스토랑 안내서도 발간했다. 국내 장수기업도 비슷하겠지만 해외 기업의 장수 비결은 시대 상황에 맞춰 고객의 욕구를 사전에 파악해 최적의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고객지향적 제품과 서비스가 기업 장수의 비결인 것이다.
이는 전문가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끊임없이 고객의 욕구를 연구하고 개선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전문가가 생존할 수 있다. 지속적인 전문성 향상도 필요하다. 필자가 후배 공인회계사들에게 "감사인을 넘어 컨설턴트가 되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필자는 보통 유경환 시인의 '낙산사 가는 길'을 들어 설명한다. '세상에 큰 저울 있어/저 못에 담긴 고요 달 수 있을까/산 하나 담긴 무게 달 수 있을까/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 시의 행간에서 독자들이 숨은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듯이 공인회계사도 숫자 속에 담긴 기업가치의 속뜻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니컬러스 머리 버틀러는 "전문가란 더욱 작은 것에 관해 더욱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새기며 1만8,000여 공인회계사가 고객과 함께하는 진정한 전문가이자 우리 사회와 함께하는 든든한 전문가로 국민들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