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형님 먼저, 아우는 다음에


반세기 만에 세계사의 기적을 이룬 우리이지만,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야 할 시기에 기계적, 무조건적 평등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이런 성공이 계속 반복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권위주의는 배격돼야 하나, 오랜 경험과 전문성에서 우러나오는 권위와 리더십마저 거부해서는 곤란하다.


행정부의 '순환보직'이나 입법부의 '임기 쪼개기'문제를 살펴보자. 공정한 평가 여부가 관건이겠으나, 어느 조직이든 인사철이 되면 '저런 사람도 하는데 나는 왜 못하나', '좋은 자리를 당신 혼자 하면 되나, 돌아가며 해야지'라는 암묵적인 문제 제기가 우리 사회에 흔히 존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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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공무원들은 대개 전문 분야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쌓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요직과 한직을 순환하지 않으면 인사의 형평이 무너졌다고 보기 때문에, '업무를 파악할 때쯤이면 사람이 또 바뀌었다'는 불평을 들으면서도 중앙 부처에서든 일선 구청에서든 주기적으로, 기계적으로 보직을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해당 업무를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한 담당자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되는 행정서비스의 품질저하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19대 국회 원 구성을 앞두고 세계 주요국의 의회를 보면 국회의장 임기를 비롯한 의회 운영 주기가 의원의 임기와 동일한데 비해 우리는 한 임기에 국회의장과 전 상임위원장이 2명씩 나올 수 있도록 전ㆍ후반기의 원 구성이 별도로 이뤄진다. 게다가 여타 모든 상임위의 위원 임기는 2년이나,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기 용이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1년이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 예결특위 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었으나, 이제는 윤리특위 위원장과 1년씩 나눠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예결특위 위원장까지야 그렇다 쳐도 이제는 일반 상임위 임기마저 잘리고 있다. 3선 의원이 되면 상임위원장 한번씩은 해야 하는데 자리는 한정돼 있으니 임기를 1년씩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사법부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각각 헌법 105조2항과 112조1항에 따라 연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20년간 연임 사례가 없다.

국회의장의 임기를 의원 임기와 동일하게 4년으로 늘리고, 도를 넘어가고 있는 상임위원장 양산체제에서 벗어나야 의회의 전문성과 권위가 높아질 것이고,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균형의 역할에도 더욱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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