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취한 지급준비율 인상조치가 처음 적용되는 지준마감일을 맞아 5일 자금시장에서 거래되는 콜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는 등 연초부터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은행들이 인상된 지급준비금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자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지급준비금을 깐깐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자금시장의 긴축 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은행권의 자금담당자들은 1월 말은 통상적으로 자금이 경색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2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과 자금시장에 따르면 4일 익일물 콜거래 평균금리는 4.66%로 지난해 8월 한은이 인상한 콜금리 목표치인 4.5%보다 0.16%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거래된 콜금리는 4.66~4.70%였으며 일부에서는 4.75%에도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콜거래 평균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콜금리 목표치를 하회했으나 지급준비율 인상 여파로 지난해 말 목표 수준에 도달했다가 최근 지준 마감일을 앞두고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콜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준율 인상 등 긴축조치를 취한 한은이 엄격하게 지준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를 통해 자금이 부족한 은행을 지원해줬지만 최근에는 은행권에 ‘지준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권의 자금담당자들은 지준을 맞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A은행의 자금담당자는 “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은 실제로 시중의 자금이 부족한 것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다”며 “현재 지준을 못 맞출 경우 한국은행으로부터 긴급자금 대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 참가자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자금담당자들은 지준을 맞추지 못해 긴급자금 대출 조치를 받게 될 경우 은행이 유동성 대책을 세우는 등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한은의 강경한 자세에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의 시장운용팀 관계자는 “은행권의 지준 관리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한은이 시행한 2조5,000억원 규모의 통안증권 입찰이 1조5,000억원에 그치고 3조원 규모의 RP 매각도 응찰액이 2조8,000억원에 그쳤던 것을 놓고 은행권에서는 ‘한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4,112억원 늘었던 CD 발행은 12월 들어 7조4,971억원이나 순증했고 11월 4조529억원 순발행됐던 은행채 규모도 지난해 12월에 19조8,254억원으로 급증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1월25일은 부가세 납부 기한이 맞물려 있는 등 계절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시기이기 때문에 2월 중순까지는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C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자금부에서 직접적으로 은행 영업점에 자금을 줄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지만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대출 축소 등의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