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선거는 3번째 도전장을 던진 하창우(이하 기호순) 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자리를 박차고 나와 출사표를 던진 소순무 변호사,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낸 박영수 변호사, 검사 출신으로 변협 수석부회장을 맡았던 차철순 변호사 등 4파전으로 압축됐다. 이에 그동안 후보들이 변호사 수 감축과 사법시험 존치, 변협 위상 제고 등 법조계 주요 이슈에 대해 밝힌 견해와 공약을 비교해 본다.
◇변호사 수 감축과 청년변호사 처우개선
국내 변호사 수는 지난 1906년 1호 변호사 등록 이후 100년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변호사 1만명 시대를 맞은 지 단 8년 만에 1만명이 더 늘었다. 변호사 수가 이처럼 급격하게 늘어난 데다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최근 재야 법조계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 후보는 변호사 수 급증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변호사 수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간 배출 인원을 현재 2,500명에서 1,000명으로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변호사 과잉배출에 따른 법률시장 수급 불균형이 법률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변호사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청년변호사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현재 행정공무원이 맡고 있는 국가소송 관련 수행 업무를 변호사가 담당하도록 하는 법무담당관·입법보좌관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 후보는 연간 변호사 배출 인원을 700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장에 취임하면 곧바로 변호사 배출에 대해 논의함과 동시에 법조인선발재설계위원회(가칭)를 설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청년변호사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건브로커 고발과 변호사 간의 고용관계 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한 통합지원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박 후보는 신규 변호사 배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구체적인 제한 인원을 제시하지 않았다. 취업난에 빠진 청년변호사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은 박 후보의 핵심 공약이다. 이를 위해 대한변협회관에 월 100만원 수준의 낮은 임대료로 제공하는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설립해 청년변호사의 개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차 후보는 변호사 배출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다른 후보와 같다. 하지만 변호사 수 감축은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합격자 수를 지금보다 20% 가량 줄이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정부와의 '빅딜'을 통해 청년변호사 일자리를 창출하고 변호사 시험 합격자에 대한 6개월 의무연수를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또 변협 안에 청년부회장직을 마련해 청년변호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사법시험 존치와 로스쿨 제도 개선
사법시험 존치는 여전히 법조계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하 후보는 사시 존치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회장에 당선되면 사시존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국회·법무부 등 대관업무 전담부서를 설치한다는 계획까지 짜뒀다. 하 후보는 "저부터 시골농부 아들로 태어났기에 로스쿨 체제에서는 변호사 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로스쿨 제도에 편입되지 못한 인재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사법시험은 존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 후보도 하 후보와 마찬가지로 사시 존치를 주장했다. 소 후보는 "사시를 존치 시키고 법조인 양성 제도를 재설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 제도를 재설계하기 위해 로스쿨 소관부처를 현행 교육부에서 법무부로 이관하고, 권역별로 로스쿨을 통폐합한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반면 박 후보는 사법시험 존치에 반대했다. 이미 로스쿨 3기 졸업생을 배출한 상황에서 사시를 유지하는 것은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 갈등만 심화시킨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후보는 "사시 존치론 주장은 선거공학적인 발상"이라며 "사시를 존치 시키면 변호사 200명이 추가로 배출되는데 이는 변호사 수를 줄이자는 주장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차 후보도 사시 폐지에 한 표를 던졌다. 사시를 남겨야 한다는 명분 가운데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게 '사다리론'이지만 이는 로스쿨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협·변호사 위상 제고 방안
후보들은 실추된 변협의 위상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 후보는 강력한 변협을 만들기 위해 변협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성 유지와 공익의 수호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언론과도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입법추진특별위원회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관평가제처럼 '검사평가제'도 실시하고 전관예우를 척결하기 위해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개업을 금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소 후보는 변협이 단순한 직역단체로서가 아니라 법조계의 중심으로 거듭나야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입법평가위원회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졸속입법에 대해 평가해 변협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후보는 사회적 약자에게 무료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착한 공익'에서 벗어나 사회감시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변협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의 잘못된 입법을 비판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부적절한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와 고발, 수사의뢰 활동 등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변협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차 후보는 변협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지자체나 입법부에서 준법감시를 철저히 해 각종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비리 변호사를 엄단하면 변협과 변호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