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뱅크 대리점계약 일방해지 부당"
헌재, 공정위 무혐의처분 취소 결정
헌법재판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 무혐의 처분에 사상 처음으로 잘못된 판단이라며 취소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상경 재판관)는 24일 "현대오일뱅크가 본사와의 계약갱신을 거절한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공정위의 무혐의 처분을 취소하라"며 인천정유가 낸 무혐의 처분취소 청구사건에서 "공정위는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일방적으로 거래를 거절함으로써 상대기업이 영업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불공정 거래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인천정유와 계약을 맺고 석유제품을 공급받았으나 대규모 적자, 유동성 위기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 사전통보기간 90일 전인 지난 2002년 3월 일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했다. 이에 인천정유는 같은 해 5월 공정위에 이를 불공정 행위로 신고했으나 공정위는 두달 뒤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헌재의 예상하지 못한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해당사건을 전면 재조사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웠다. 주무부서인 공정위 경쟁국의 한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현대오일뱅크의 계약처분 상황을 전면 재검토 및 조사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무혐의 처분에 대한 결정을 다시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이 법원판결과 같은 법적효력을 갖춘 만큼 본래의 무혐의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재조사 이후 현대오일뱅크에 시정명령 내지 과징금 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번 처분으로 인해 공정위 주변에서는 향후 공정위 행정처분이나 결정과 관련한 헌법소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
이규진 기자 sky@sed.co.kr
입력시간 : 2004-06-24 17: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