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회사채서 국채 및 ABS로 몰려
잇따른 회계부정 등으로 미 기업에 대한 신뢰가 급락함에 따라 미국 금융시장의 자금 역시 주식과 회사채에서 국채 및 자산담보부증권(ABS:Asset-Backed Securities)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기업들의 직접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지는 등 자금 경색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 기업들의 회계 스캔들 및 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미 주식형펀드는 3주째 투자자금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는 한 주동안에만 39억 달러가 빠져 나갔다. 사정은 회사채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 JP모건체이스의 BBB 등급 채권 수익률지수는 연초보다 0.52%포인트 높은 수준에 달하는 등 회사채 가격이 급격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증시와 회사채 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이면서 빠져 나간 자금은 속속 국채로 흘러 들어 12일 10년 만기 미 국채 유통수익률은 전 주보다 0.29%포인트 하락한 4.58%로 떨어졌다. 이 같은 유통수익률 하락(채권가격 상승) 폭은 지난 3년래 최대치다.
특히 최근에는 주식이나 회사채보다 안전하고, 수익성에 있어서는 국채보다 높은 ABS가 상당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ABS는 주식 및 회사채와 달리 담보물을 확보하고 있어서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가치 폭락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수익성에 있어서도 국채보다 평균 0.47~0.54%포인트가 높다.
이처럼 미국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이 빠르게 ABS로 몰리면서 이를 겨냥한 ABS 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안으로 국민연금을 담보로 하는 ABS를 30억 달러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고, 영국의 수도회사인 AWG도 자사 매출을 담보로 하는 ABS를 23억 달러어치 판매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의 삼성생명 역시 주택융자금을 담보로 하는 ABS 발행으로 5억 달러를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 증시가 침체를 계속할 경우 미 금융시장 내 자금이 국채와 ABS로 꾸준히 이동하는 한편 기업들의 직접자금 조달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