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 거래 통화를 유로화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로 실바 OPEC 사무총장은 최근 미국 달러화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이 같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만일 OPEC가 실제로 거래 통화를 유로화로 전환할 경우 원유 시장은 물론 국제 외환 시장에까지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국제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원유 거래가 유로화로 이뤄지면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의 헤게모니`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바 사무총장은 이날 베네수엘라 관영 벤프레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OPEC 내에)유로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달러 대신 바스켓 통화로 거래하는 방안도 대안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OPEC가 이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며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실바 사무총장의 발언은 최근 사우디 석유장관이 달러 하락세로 인해 고유가에도 불구, 회원국들이 실제로는 손해를 보고 있다며 달러화 가치에 연동해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뒤이어 나온 것이다. 현재 국제 유가는 OPEC의 목표가격대를 뛰어넘어 30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지만 달러화의 실질 가치를 적용할 경우 유가는 배럴 당 25달러에 불과하다는게 사우디측의 분석.
달러는 1945년 이후 국제 석유거래의 기준이 돼왔다. 지난 2000년부터 세계 2위 원유보유국인 이라크가 원유 결제를 유로화로 전환, 많은 환이익을 거두자 이에 대한 견제로 미국이 이라크전을 일으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원유 달러 결제는 미국에게 있어 민감한 사안. 미국이 막대한 경상ㆍ재정 적자에도 불구, 세계 경제의 주축으로서의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은 원유를 비롯한 전세계 무역 및 금융 결제에 달러가 이용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최근 들어 베네수엘라, 중국, 러시아 등의 유로화 보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실물 경제를 크게 좌우하는 원유 결제 수단이 유로화로 넘어갈 경우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달러가 종전과 같은 헤게모니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