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나라 곳간 비어가는데… 제 주머니 챙기는 공무원

무조건 따놓고 보자식으로 부처들 인건비 과다 편성<br>3년간 불용액만 2조 육박 재정부 절반수준 칼질나서


나라 곳간은 비어가고 있는데 정부 부처들이 매년 공무원 인건비를 수천억원씩 과다 편성, 쓸데없이 예산 파이만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 동안 예산을 편성해놓고 남긴 불용액만 2조원에 달하는데 '무조건 따놓고 보자'는 심리에 세금 쓰는 것을 공무원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 낭비를 지적하지만 정작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씀씀이는 더 헤프다는 뜻이다.


서울경제신문이 21일 입수한 '정부 부처 연도별 인건비 집행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 불용액의 합계가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불용액이란 각 부처들이 공무원 인건비로 예산을 편성해놓고도 연말까지 예산을 다 쓰지 않아 남은 돈을 말한다.

지난해 정부 부처들의 인건비 예산은 25조2,879억원이었으나 실제 집행액은 24조8,928억원으로 불용액이 4,000억원에 달했다. 4,000억원이면 서울 지역에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할 수 있는 돈인데 연초부터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하고 쓸데없이 남은 것이다.

인건비 불용액은 최근 들어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지난 3년간 총 합계가 1조9,000억원에 달해 정부 예산 편성의 대표적인 구멍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부처 내 무기직 계약이나 기간제근로자 등의 인건비를 합한 결산상 인건비는 이보다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실제 최근 3년간 인건비 불용액은 2조원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각 부처별로 결산상 인건비를 보면 세수 확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세청의 인건비 불용액이 무려 414억원에 달했고 보건복지부도 결산상 인건비 불용액이 33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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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이 복지예산 타령을 하고 있는 마당에 막상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직원들 인건비 관리에 허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인건비 불용액은 세계잉여금으로 이입되기 때문에 다른 예산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인건비 불용액이 그해 예산을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전체 예산의 모수(母數)를 키워 다음해 예산 증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예산 불용액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해마다 예산 불용액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각 정부 부처들이 예산을 부풀려 따내는 과거의 관행을 확실히 단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부는 내년 예산안부터 이 같은 각 부처의 인건비 과다 편성에 대대적인 칼질을 시작해 인건비 불용액을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근 각 부처들의 5년간 결원율 및 인건비 사용 실태 등에 관한 조사에 돌입했다.

재정부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인건비 불용액은 약 4,000억원인데 내년부터는 이를 2,500억원 수준 이하로 줄이고 인건비 불용률도 1% 수준에 맞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사실 공무원들의 인건비 사용 내역은 정밀하게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공무원들의 인건비 사용 실태에 대한 구체적이고 투명한 점검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고백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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