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은행 지급준비율 0.5%P 인하] 글로벌 통화완화에 합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자본수지 적자 17년 만에 최대치

경기둔화로 유동성 지원 지속 예상

환율정책도 경기부양으로 틀 듯


중국 인민은행이 춘제(설 연휴)를 앞두고 은행들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며 글로벌 통화완화 대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경기둔화 상황에서 미시적인 조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는 이미 예고됐다. 특히 자금수요가 많은 춘제를 앞두고 시중금리의 이상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내놓을 카드는 지준율 인하가 유일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중국도 통화완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시중에 풀어놓은 유동성이 기업이 아닌 투기자금화된다는 점 때문에 끝까지 버텼던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도 퇴색했다. 지난해 11월 2년4개월 만의 금리인하 이후 은행 예대율 정책을 조정하며 지준율 인하라는 마지막 카드를 아껴왔지만 경기둔화 우려로 오래가지 못했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중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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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화완화 대열도 인민은행을 압박했다. 지난달 초 루마니아를 시작으로 스위스·덴마크·인도·페루·이집트·터키·캐나다로 금리인하 행진이 이어졌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1조1,400억유로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섰고 싱가포르와 호주 등도 금리인하에 동참하며 인민은행의 정책결정 속도를 빠르게 했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통화완화 대열에 합류한 만큼 이제는 좀 더 과감하게 유동성 조절에 나서고 정책기조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 주하이빈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준율 인하는 춘제 자금수요에 대비한 측면이 강하다"며 "상반기 중 추가 지준율 인하나 금리인하 같은 완화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지난해부터 시행해온 유동성 지원 조치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궈신증권은 "지준율 인하로 시중 유동성 불안감을 한풀 꺾어놓았지만 0.5%포인트는 예상보다 소폭"이라며 "공개시장조작과 단기유동성지원(SLF) 등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계속하는 한편 추가 통화완화 정책의 시기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화완화 정책과 함께 환율정책도 경기부양으로 방향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경제참고보는 전일 국가외환국이 발표한 지난해 4·4분기 자본수지가 1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자본 유출입 변동성에 대비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4·4분기 중국의 자본수지 적자는 912억달러(약 97조1,180억원)로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자본수지는 직접투자나 증권투자 등을 통해 자본이 국외로 빠져나가거나 들어오는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로 적자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자본 유출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지난해 4·4분기 자본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늘어난데다 달러화 강세로 위안화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중국 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자 그동안 몰렸던 자금이 미국·유럽 등 해외 부동산과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1,200억달러에 달해 외국인의 중국 직접투자액보다 4억달러가량 많았다. 위안화 가치 하락도 자본 유출을 부추겼다. 중국의 경기부진과 달러화 강세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자본 유출 속도가 빨라지기도 했지만 홍콩 차액거래선물환(NDF) 시장을 통한 차익거래도 자본 유출을 늘렸다.

전문가들은 수출에 의한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환율전쟁에 뒷짐을 지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이 늘 것으로 분석했다. 우쉬안 르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통화가치가 너무 빨리 떨어진다면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져오고 자본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는 외환과 관련해 시장의 역할을 조금씩 늘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르신증권은 인민은행이 조만간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하고 고시환율을 높게 제시해 자본 유출 비용을 높이는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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